북한, 정권수립 71주년 기념일 조용히 치르나

입력 2019-09-09 17: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제13호 태풍 ‘링링’의 북상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이 9일 정권수립 71주년 기념일(9·9절) 행사를 조용히 치른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정주년(5년 단위로 꺾이는 해)이 아닌 만큼 평소처럼 소규모로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제13호 태풍 ‘링링’으로 인한 피해 등을 고려, 관련 행사를 최소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1948년 9월 2일 제1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를 열고 9월 9일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수립일로 정했다. 이후 매년 대규모 열병식·군중시위 등을 갖고 이를 기념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정·군 고위 인사, 해외 축사 사절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30여분 가량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가졌다. 당시 북한은 대전차 장갑차와 152㎜ 자주포, 지대공 미사일(KN-06) 등 신형 재래 무기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다만 정주년이 아닐 경우 중앙보고대회·연회 정도만 갖고 소규모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은 정주년에 맞춰 기념일의 수준을 조정하고 있다.

실제 정권수립 70주년인 지난해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지만, 69주년인 2017년에는 이를 생략했다. 이에 따라 올해 역시 대규모 열병식 등 없이 관련 행사를 치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꺾이는 해가 아닌 만큼 대규모로 행사를 진행할 것 같지 않다”고 내다봤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김 위원장이 열병식을 통해 대규모 무력시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행사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날 오후 기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정권수립 71주년 관련, 김 위원장의 활동 등 이렇다 할 소식을 전하지 않으며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태풍 피해가 큰 점도 이번 행사를 소규모로 치르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내부 민심을 다독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미다. 박원곤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애민정신’을 강조한 만큼 정권수립일 기념보다는 태풍 피해 복구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노동신문은 ‘피해복구용 물자보장 사업 적극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내각과 국가계획위원회, 성, 중앙기관의 일꾼들을 망라하는 중앙지휘부가 조직됐으며 피해복구사업 전반을 힘 있게 내밀기 위한 지휘체계가 정연하게 세워졌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태풍13호에 의한 피해 발생’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태풍으로 5명이 사망하고 여의도 면적의 157배에 달하는 약 458㎢ 규모의 농경지가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다.

한편 북한은 매체 등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축전을 공개하며 이들 국가와의 우호관계를 거듭 과시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