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청소부 vs 자회사 요금수납원…직접고용 하지만 선택지에 세운 도로공사

입력 2019-09-09 17:05
이강래 사장 “본사 다른 업무 혹은 자회사 요금수납 선택토록 할 것”
1·2심 진행중인 요금수납원은 개별 재판 결과 따라 대응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도로공사가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확정판결과 관련해 직접고용 의무를 다하겠다고 나섰다. 이달 안에 외주용업업체 소속이던 요금수납원 745명을 본사 혹은 자회사 직원으로 고용할지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선택은 요금수납원들의 자유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본사를 선택하더라도 기존에 하던 요금수납원 업무를 하지 못한다. 도로공사는 경영 상황에 따라 고속도로 환경정비 요원 등의 단순 업무를 배정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요금수납원들은 선택의 기로에서 올해 추석을 보낼 전망이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법원 승소 수납원 중 이미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수납원을 제외한 인원을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고용의무 대상 인원은 총 745명이다. 자회사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한 304명과 고용단절자 222명, 자회사 전환에 동의한 220명이 그들이다. 이 가운데 자회사로 전환하거나 정년을 넘겨 고용을 할 수 없는 인원을 뺀 직접고용 대상자는 최대 499명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고 업무처리 과정을 도로공사가 관리·감독한 점, 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요금수납원들이 수행한 점 등을 이유로 요금수납원들이 도로공사의 파견근로자로 인정된다 판시했다. 요금수납원들을 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도로공사는 고용의무 대상 요금수납원 개인마다 어떤 고용 방식을 택할지 오는 18일까지 의사를 물을 방침이다. 이후 직접고용, 자회사 전환 절차에 따라 채용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중에 현장 배치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고용의사를 사전에 확인하는 등 자유의사를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요금수납원들의 선택지는 2가지다. 도로공사 직원으로 요금수납이 아닌 다른 업무를 수행할지, 자회사에서 요금수납 업무를 지속할지다. 도로공사 직원이 되면 현장 조무직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사는 버스정류장이나 고속도로 졸음쉼터, 도로면 등을 청소하는 환경정비 직무를 새로 만드는 걸 고려 중이다. 이 사장은 “대법원에서 내부 사정을 고려해 경영권 행사 범위 내에서 재량에 따라 수납원들을 배치하고 업무를 부여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도로공사 직원이 되면 요금수납 업무는 아예 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력운영 여건에 따라 주거지와 먼 곳에 배치될 가능성도 있다. 이 사장은 “대상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사정에 따라 전국 56개 지사에 전환 배치될 수도 있다. 원하지 않는 곳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도로공사가 직접고용 의무를 다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불이익을 주는 것을 전제로 두고 있어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공사는 현재 근로자 지위를 안고 1·2심 재판을 진행중인 요금수납원 1116명에 대해서는 사법부 최종판단에 따라 별도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을 하급심에도 동일하게 확대 적용하라는 노조의 주장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장기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사장은 “1·2심이 진행되고 있는 소송은 모두 근무지나 조건 등이 다른 개별 소송이다.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외에 임금차액소송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향후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요금수납원 노조는 이날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수납원 노조는 “직접고용 외에 다른 길은 없으며 대법원 판결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