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본 수출규제에 중장기 대응 나선다…소재·부품 R&D 예산 2배 확대

입력 2019-09-09 16:54 수정 2019-09-09 17:31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의 기초·원천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 이 부문 R&D 투자규모를 올해 1600억원에서 내년 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려 중·장기 대응에 나선다는 취지다. 투자 효율 제고를 위해 연구개발 주체 간 역할 분담과 연계를 더욱 강화하고 R&D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원천 R&D 분야에 △투자규모 대폭 확대 △투자 효율 제고를 위한 R&D 추진방식 혁신과 부처 간 칸막이 해소 △개방·공유·협력의 R&D 인프라 확충 등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전략품목의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핵심기술의 자립역량 강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앞서 정부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등 수출 규제 발표 이후 ‘대외의존형 산업구조 탈피를 위한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대책’과 ‘핵심 원천기술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종합대책’을 잇따라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앞서 공개된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로 풀이된다.

우선 과기정통부는 확대된 예산을 바탕으로 소재·부품 등에 특화된 기초연구실 60여개를 내년 지정할 계획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의 핵심소재 기술 자립을 위한 연구 저변 확대와 기초기술 확보를 지원한다.

핵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나노·미래소재 원천기술 개발사업’을 새로 추진해 기초연구성과를 사업화로 연결한다. 기존 25개 ‘미래소재디스커버리 연구단’ 외에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의 대체소재 특허 확보를 위한 연구단 3곳을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또 ‘소재혁신 선도 프로젝트’(가칭)를 통해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이 보유한 원천기술과 기업의 수요를 융합하는 소재혁신 플랫폼을 구축,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기초·원천연구와 개발·사업화 연구의 간극도 해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주로 미래소재 중심으로 지원해 온 기초·원천 R&D 투자도 기술 자립이 시급한 소재와 선제적 위기 대응 소재 등으로 다양화한다. 방사광 가속기 기반의 반도체 검사용 극자외선(EUV) 광원 및 검사장비 개발과 고도의 측정 및 분석을 위한 연구장비의 국산화 기술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산·학·연의 과도한 과제 수주 경쟁을 완화하고, 연구개발 주체 간 역할 분담과 연계도 강화할 방침이다. 기존 11개 공공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소재 연구기관 협의회’를 확대 개편해 ‘소재혁신전략본부’(가칭)를 출범한다. 이로써 각 주체 간 협업채널을 강화하며, 대학·출연(연)·기업의 역할분담과 협력의 성공모델 창출을 지원한다.

개방·공유·협력의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도 본격 추진한다. 소재·부품 연구개발 주체 간의 정보 개방과 공유를 활성화하고 첨단 연구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유기적 협업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서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약 1700억원을 신규로 투자한다.

소재·부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개별 연구자들이 축적한 다양한 연구데이터를 수집·공유·활용하는 소재연구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연구개발의 소요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다양한 연구 성과의 연계와 융합도 촉진할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반도체 소재·부품 연구자와 중소기업이 실제 반도체 공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구 결과와 시제품을 실증할 수 있도록 ‘12인치 반도체 공공 테스트베드’ 구축을 지원한다. 현재 반도체 관련 업체 대부분이 자체 장비가 없어 테스트를 위해 해외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시스템 반도체 설계 중소기업(팹리스) 지원을 위한 MPW(Multi-Project-Wafer) 공정 지원체계 마련에도 나선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