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딸 조모씨의 부정 입시 논란, 경력 부풀리기 의혹은 명쾌히 해소되지 않았지만,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관련 기관은 모두 사실상 자체 진상 조사에 손을 놓은 상태다. 이들은 ‘검찰 수사 사안’이라는 점을 들거나 다른 학교들의 조치가 확정돼야 움직일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입시 의혹에 연관된 만큼 노심초사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곳은 고려대다. 지난 5일 대한병리학회는 조씨가 고려대 입시 자기소개서에 제1저자로 등재됐다고 언급한 의학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고려대 규정은 입시 서류를 허위 기재하면 입학 허가를 취소한다는 게 명시돼 있다. 고려대 입학이 취소되면 조씨는 서울대 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까지 줄줄이 취소된다.
고려대 입장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9일 “검찰이 관련 자료를 모두 가져간 상황이라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라 입학취소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은 ‘고려대 결정을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대는 지난달 ‘조씨 장학금 지급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밝힌 이후 자체 조사에서 손을 뗐다. 이후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에도 관련 대책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부산대 관계자는 “표창장 진위 여부와 다른 학교 입장이 나오지 않아 섣불리 무엇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씨의 장학금 부정 지급, 인턴 경력 부풀리기 의혹이 불거진 서울대와 KIST 역시 손을 놓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서울대 총동창회 관악회는 당초 “자료 보존기한이 지나 어떤 경위로 장학금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지난달 27일 검찰이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가져가자 기자들의 연락을 피하고 있다. 서울대는 “관악회는 학교 외부기관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만 한다.
KIST 관계자도 “조 장관 딸에게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연구원이 우리에게 한 해명과 검찰에서 한 진술이 다르다.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당초 이날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여부에 대한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던 동양대도 오후 “일부 서류가 검찰로 이관됐고, 당시 근무했던 교직원도 지금 퇴직한 상태여서 물리적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자료 발굴 및 관계인 면담 등을 통해 사실 관계를 규명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고려대 커뮤니티에는 ‘입학처는 언제까지 정권 눈치만 볼 거냐’ ‘이대로라면 자기소개서에 허위사실을 써도 받아주는 삼류대학이 된다’는 등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조한수 부산대 총학생회장도 “수사 결과에 따라 어떤 조치가 내려질 수 있는지 등을 밝혀 학교 측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조 장관 임명으로 각 대학들의 눈치보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며 “결과와 관계없이 학교가 직접 나서서 경위를 조사하고 규정대로 처리하려는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규영 방극렬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