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인 폴 크루그먼(사진) 뉴욕시립대 교수가 일본처럼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되는 현상) 흐름’에 빠지는 걸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과감하고 즉각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 같이 글로벌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는 때엔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큰 효과를 본다고 진단했다. 한국 정부의 예산지출 확대를 지지한 셈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초세계화 시대의 한계, 중국발(發) 아시아 경제위기 가능성도 언급하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했다.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 교수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로 열린 ‘2019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콘퍼런스’에 참석해 ‘초세계화 시대’가 한계에 부딪혔다고 밝혔다. 그는 보호무역주의를 염두에 두고 “급속한 세계 통합시대는 끝나고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한국의 대응에 대해 “최대한 무역분쟁에서 떨어져 있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과 계속 교역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의 경제 성장엔진이 둔화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직접 요인은 국제교역 시장의 분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역설했다. 한국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확장적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기 때문에 과감하고 즉각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홍남기 부총리 및 기획재정부 장관과 면담에서도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신중한 기조가 위험을 더 키울 수 있으므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한국 대응에 대해 “일본이 이상하게 행동하는 건 분명하다”면서 “한국이 스스로 보호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발(發) 아시아 경제위기의 가능성을 지목했다. 그는 “가능성은 있다. 중국 정부가 개입해서 경기 불안을 막은 게 사실이다. 그런 것들이 소진돼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