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의 ‘횡설수설’…檢 직접수사권 남겨놓더니 이제는 “하지 말아야”

입력 2019-09-09 15:39 수정 2019-09-09 16:17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출입국기관장 및 해외주재관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5.09.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은 수사 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공소권 행사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남겨 놓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입안한 인물이다. 본인이 직접 입안한 조정안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박 장관은 9일 퇴임사를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는 아직 미완으로 남았다”며 “특히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공소권 행사기관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권과 공소권의 중첩은 무리한 기소를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2년 2개월 만에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며 박 장관은 “국민의 법무·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이뤄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며 “국민을 지도하고 명령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만한 정부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2019.9.9 hwayoung7@yna.co.kr/2019-09-09 15:59:37/

그는 재임기 주요 성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법무부안 마련’,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안 마련’, ‘법무부 탈검찰화’를 꼽았다. 박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정, 심야 조사 등의 문제점은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할 대표적인 예”라며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기존 관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남겨 놓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입안한 인물이다. 그런 박 장관이 이제 와서 “검찰은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직접 수사 권한을 포기 하면서까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지키려고 했었다”며 “작년에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을 때는 검찰 직접 수사권을 남겨 놓더니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한다고 이제 와서 검찰에게 수사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장관이 ‘조 후보자 압수수색은 사전 보고했어야 했다’는 등 스스로 검찰의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발언을 최근 많이 했다”며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