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검찰은 수사 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공소권 행사기관으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남겨 놓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입안한 인물이다. 본인이 직접 입안한 조정안을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박 장관은 9일 퇴임사를 통해 “검찰개혁이라는 목표는 아직 미완으로 남았다”며 “특히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공정한 공소권 행사기관으로 재정립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권과 공소권의 중첩은 무리한 기소를 심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위험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2년 2개월 만에 장관 자리에서 물러나며 박 장관은 “국민의 법무·검찰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아직 이뤄야 할 과제들이 너무 많다”며 “국민을 지도하고 명령하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라는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만한 정부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받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임기 주요 성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법무부안 마련’, ‘검경 수사권조정 합의안 마련’, ‘법무부 탈검찰화’를 꼽았다. 박 장관은 “수사 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 포토라인 설정, 심야 조사 등의 문제점은 하루 속히 개선돼야 할 대표적인 예”라며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기존 관행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권한을 남겨 놓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입안한 인물이다. 그런 박 장관이 이제 와서 “검찰은 수사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은 직접 수사 권한을 포기 하면서까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지키려고 했었다”며 “작년에 수사권 조정안을 내놓을 때는 검찰 직접 수사권을 남겨 놓더니 조 후보자에 대한 수사를 한다고 이제 와서 검찰에게 수사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장관이 ‘조 후보자 압수수색은 사전 보고했어야 했다’는 등 스스로 검찰의 중립성을 무너뜨리는 발언을 최근 많이 했다”며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