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뒤 조국 임명한답니다” 19분 빨랐던 인터넷

입력 2019-09-09 15:25
9일 오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소식이 가장 먼저 전해진 곳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사이트의 뉴스 코너가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었다.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키로 결정했다는 소식은 이날 오전 11시반까지 엠바고(보도시점 유예)에 걸린 사안이었지만 익명 온라인 게시판에서는 이미 발표 19분 전부터 장관 임명을 알리는 글이 잇따라 오르내렸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자택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카메라를 손으로 치우고 있다. 권현구 기자

‘클리앙’의 자유게시판인 ‘모두의 공원’에서는 이날 오전 11시11분쯤 ‘곧 청와대에서 발표가 있을 겁니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글쓴이는 “언론사 지인이 알려준 정보”라면서 “축하한다고 합니다”라고 적었다.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곳인 만큼 대다수 네티즌들은 이 게시물을 ‘청와대가 고심 끝에 장관 임명을 결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 게시물에는 ‘조국 법무부장관 축하드립니다’라거나 ‘사법개혁 적극 추진해 달라’는 내용의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게시물은 삽시간에 인터넷 커뮤니티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MLB파크의 ‘불펜’에서도 오전 11시30분 이전에 조 후보자의 장관 임명을 알리는 글이 잇따라 게시됐다.

한 네티즌은 오전 11시28분쯤 ‘3분 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발표’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청와대와 출입기자단이 합의한 ‘엠바고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출입기자단 내부의 분위기를 전하는 글까지 이어졌다.

엠바고란 ‘보도 시점 유예’를 가리키는 언론 용어다. 통상 정보 제공자가 취재원과 합의해 보도를 특정 시점까지 미루는 관행을 말한다.

예를 들어 연쇄살인마의 소재지 급습을 앞둔 경찰이 출입언론사들을 상대로 ‘잡힐 때까지 보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출입언론사들이 이를 받아들이면 엠바고가 성립된다. 이 경우 출입기자들은 범인 검거 전까지 관련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만약 특정 언론사가 엠바고를 어긴다면 출입기자단은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출입정지 및 보도자료 제공 금지 등의 처분을 내린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엠바고 사안이 새어 나갔다면 문제가 다르다. 게시자가 출입 언론사에 소속돼 있지 않으니 엠바고 파기 처분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인 허윤 변호사는 “인터넷으로 엠바고 사안을 퍼뜨렸다고 해서 이를 제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엠바고는 정보 제공자와 취재원과의 자율적인 합의사항이므로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떤 처분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이어 “엠바고 파기로 큰 피해를 봤다고 증명하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에 출입처가 일반 네티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