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산케이신문 “조선일보 사설 일본어판 재개하라”

입력 2019-09-09 14:42 수정 2019-09-09 15:31
산케이신문 캡처.

극우 성향의 일본 산케이신문이 한 달 정도 중단된 조선일보 사설 일본어판의 재개를 주장하고 나섰다.

산케이신문은 8일 ‘주장’ 코너(사설 형식)에서 “조선일보 일본어판을 운영하는 본사의 자회사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청와대로부터 ‘일본어 제목이 일본에서 혐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압력을 받아서 자율적으로 규제한 것이라면 매우 아쉽다”고 밝혔다.

이번 상황은 TV 뉴스 프로그램에서 논설위원이 ‘어느 쪽이 친일로, 누가 나라를 망치는 매국인인가?’라는 조선일보 사설이 일본어판에서는 ‘반일로 한국을 망치고 일본을 돕는 매국 문재인 정권’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것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페이스북에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일본어판 사설의 자극적인 제목이 일본의 혐한 감정을 부추긴다”라고 비판했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이와 관련해 “무엇이 한국과 한국 국민에게 도움이 될지 답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사례로 들면서 청와대의 압력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산케이신문은 “조선일보 사설은 원리주의 종교처럼 폭주하는 문재인 정권의 반일 자세를 ‘외교적 왕따를 자초하고 있다’며 비판적으로 분석한 것이었다. 하지만 조선일본 일본어판 사이트에서 7월 20일 이후 사설과 칼럼 게재를 중단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 엄격화를 결정한 8월 2일 직전 (양국의) 충돌 회피를 호소하는 사설 2개가 실린 뒤 다시 중단됐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청와대 홈페이지에서는 조선일보 폐간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서명이 정부의 응답 기준을 넘어선 24만명이었다. 정부의 보도 규제나 언론 억압으로 연결돼서는 안된다”고 피력했다.

산케이신문은 끝으로 “조선일보는 일본어판 게재를 정지한 후에도 지면 등에서 사설이나 칼럼을 발표하고 있다. 한국의 주요 신문을 일본인 독자가 일본어로 읽을 수 있는 환경인 것은 그 논조가 어떠하든 바람직하다. 언론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 조선일보에는 (사설 일본어판을) 가능한 빨리 다시 게재할 것을 요청한다”고 썼다.

한편 산케이신문은 9일자 기사에선 자사의 서울지국에 한국인들이 침입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산케이신문은 ‘민폐 행동도 반일로 영웅 기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인들이 반일 행동을 영웅적으로 여긴다며 비난했다.

나무라 다카히로 지국장이 산케이신문에 쓴 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18일 오전 11시쯤 서울지국 건물 1층의 경비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산케이 신문과 이야기하고 싶다”는 남성들이 와 있다는 것이었다. 나무라 지국장이 면담 요청을 거부했지만 몇 분 후 70대로 보이는 남성이 지국 안으로 들어왔고 비디오 카메라를 든 30대 남성도 함께 들어왔다.

70대 남성은 “여기가 산케이신문이다”며 실황 중계를 시작했다. 나무라 지국장은 촬영 중지를 요구했지만 도리어 제지당했다고 주장했다. 두 남성이 들어왔을 때 지국에는 나무라 지국장을 비롯해 5명이 있었다. 다른 일본인 기자가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이 온 후 70대 남성은 산케이신문에 대한 항의문을 읽기 시작했다. 경찰관이 이들을 데리고 나가면서 상황은 정리됐다. 나무라 지국장은 처벌을 원하느냐고 묻는 경찰에게 사진, 촬영 영상이 인터넷에서 악용될 수 있다며 삭제해 달라고 했다.

나무라 지국장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해 반일 감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불법 침입이 발생했다”면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반성하지도 않고 스스로를 영웅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기사는 산케이신문 계열 월간지 ‘정론(正論)’ 10월호에도 실렸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