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불가’ 트럼프식 무역정책에 투자·고용 멈추는 美제조업

입력 2019-09-09 14:1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무역정책이 미 제조업체들의 투자, 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결정에 따라 미·중 무역전쟁의 향배가 요동치면서 경영실무자들이 비용과 수용을 예측하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자본 지출과 고용을 축소하거나 보류하려는 제조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본 지출은 기업이 건물·공장·기술·장비같은 향후 생산을 위한 자산을 구매하거나 유지·보수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현재 경기 뿐만 아니라 미래 경기까지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지표다.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상품에 부과했던 관세율이 빈번히 변동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고 경제성장이 둔화된 탓에 미래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것이다.

미국 정부 통계 수치에서도 기업들의 생산 위축이 잘 드러난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7월 미국의 자본재 수입액은 지난 2017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본재 신규 주문도 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플라스틱 제조업체 IPEG의 최고경영자(CEO) 크리스 켈러는 “올해 7월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경제에 대한 우려가 신규 주문이 줄었다”며 “확대되는 불확실성 탓에 경영인들이 투자에 나서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인들은 미·중 교역물품에 어떤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지,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이 고율관세의 타격을 받게 될지 가늠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고정지출 성격이 있는 인건비에 대한 우려로 교대 근무 작업량이나 인력을 줄이는 등 고용까지 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불만 어린 아우성을 애써 외면하며 자신들의 정책 기조를 정당화하고 있다. 저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제조업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과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노동자들을 위해서라면 미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 장벽을 낮추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미국 제조업체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경영 상황이 시원찮은 약소 업체들이 자신들의 사업 실패를 관세 탓으로 돌린다”고 비난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