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이 송진 채취를 위해 ‘V’자로 흉터를 새긴 소나무들의 현황을 기록한 지도가 완성됐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전국 송진채취 피해 소나무 분포 지도’를 작성했다고 9일 밝혔다.
지난 2017년부터 2년 간 문헌조사와 시민 제보, 현장 조사 등을 통해 피해목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 결과 문헌조사로 21곳, 시민 제보로 32곳 등 총 43곳의 피해지가 파악됐으며 이중 21지역의 나무를 대상으로 피해 상태를 확인했다.
송진 채취 피해 소나무들은 V자 상흔이 최대 1.2m 높이까지 남아 있었다. 지역별 피해 정도는 남원, 제천, 평창 지역의 소나무들에서 가장 넓고 긴 송진 채취 흔적이 나타났다.
피해목들의 건강상태는 다행히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건강성 조사 매뉴얼에 따른 수목 활력도 측정 결과 피해목들은 4점 만점에 3.89를 기록했다.
송진채취 피해는 대부분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초반에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충북대 목재연륜소재은행 서정욱 교수가 공동으로 정밀연륜분석 기법을 활용해 송진채취 피해 발생연도를 확인한 결과 피해목 생육지 3개 지역(남원시 길곡리, 울주군 석남사, 평창군 평창읍)에서 일제강점기 시대에 발생한 피해목이 발굴됐다.
확인된 피해목은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초반에 생성된 나이테에 송진 채취 상처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제는 1933~1943년까지 총 9539t의 송진을 수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1943년에 채취한 송진 4074t은 50년생 소나무 92만 본에서 채취해야 하는 양이다.
송진 수탈량은 특히 전시체제에 돌입하면서 1937년 ‘제1차 인조석유 7개년 계획’에 따라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1937년 2.12t이었던 송진 수탈량은 이듬해 32배로 증가한 37.99t으로 늘어났으며, 1943년에는 무려 1900배 증가한 4074.31t을 기록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현재 경남 합천과 강화 석모도 일대에서 추가 정밀연륜조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일제강점기 송진 채취 피해목의 생육지를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송진 채취 피해목의 역사적 가치를 기록문화로 남길 예정이다.
조재형 국림산림과학원 도시숲연구센터장은 “숲으로 만드는 평화와 번영을 위해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며 “일제 강점기의 역사적 상처인 송진 채취와 그에 따른 소나무의 피해를 알리기 위해 설명판·안내판을 만들어 피해목의 연유와 흔적을 제대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