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제2차 세계대전 후 최악의 보호무역주의 시대”

입력 2019-09-09 10:05 수정 2019-09-09 14:2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석좌교수. 뉴시스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학교 경제학 교수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한국개발연구원(KDI) 주최 ‘2019년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 성과 공유 콘퍼런스’ 기조발제에서 “미국과 중국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나라와 교역을 계속 유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돼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모두들 뉴스를 열심히 보셔서 알겠지만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놀라울 정도로 격화되고 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보지 못했던 보호무역주의”라며 “미국은 중국뿐만 아니라 인도와도 무역 분쟁을 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철강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보호무역주의는 계속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990년대 세계 경제성장이 급격하게 이뤄진 것은 글로벌 공급망의 구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80년대만 해도 각국은 완제품을 교역했으나 90년대부터 여러 단계로 나눠 제품을 셍산하기 시작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나온 기술로 한국이 부품을 만들고 이 부품으로 중국 광저우에서 완제품을 만들면서 개도국과 선진국이 모두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국가간 협업이 기술과 지식 공유를 가져왔고 초세계화의 기반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금은 초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최근 보호무역주의가 팽배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물류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공급망 체인이 너무 확대됐다는 자각도 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공급망이 쇠퇴하면서 지식 이전과 성장의 추동력도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민간 차원의 지식과 기술 공유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식 공유를 통해 성장을 이뤄갈 수 있다”며 “KDI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이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이 콘퍼런스는 기획재정부가 KDI, 수출입은행, 코트라(KOTRA)와 공동으로 개최한 행사다. KSP란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을 국제 사회와 공유해 협력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