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 히딩크(73) 감독이 ‘쌀딩크’ 박항서(60) 감독에게 한 수 배웠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2세 이하(U-22) 대표팀은 8일 중국 우한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히딩크 감독의 중국 U-22 대표팀을 상대로 2대 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는 양 감독의 첫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두 감독은 감독과 수석코치로 손발을 맞추며 2002년 국제축구연맹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진출을 함께 이끈 바 있다. 박 감독도 경기 전 “히딩크 감독과 다시 만나 내겐 큰 의미가 있는 경기다. 그는 내 감독 경력에 큰 영향을 준 지도자”라며 맞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기는 박 감독의 베트남이 히딩크 감독의 중국을 한 수 가르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2017년 부임해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4위, 스즈키컵 우승 등을 이끌며 3년간 견고해진 베트남의 조직력 앞에 히딩크 감독이 팀을 맡은 지 약 1년밖에 되지 않은 중국은 무력했다.
베트남은 3백을 바탕으로 수비를 굳건히 한 뒤 매서운 역습으로 중국을 공략했다. 전반 18분 만에 선제골이 터졌다. 응우옌 띠엔 린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논스톱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후반 13분에도 비슷한 장면에서 추가골이 나왔다. 베트남의 빠른 역습에 중국 왼쪽 수비가 다시 뚫렸고, 응우옌 띠엔 린이 낮고 빠른 크로스에 발을 대 마무리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장신인 체격조건을 이용해 반격에 나섰지만 베트남의 수비를 뚫지 못하며 결국 무릎을 꿇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히딩크 감독을 찾아 먼저 인사를 건넸다. 히딩크 감독도 박 감독의 등을 두드려주며 두 감독의 조우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마무리됐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