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서 미국을 담당하는 북미국장과 일본을 담당하는 아시아태평양국장이 동반 방미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을 담당하는 외교부 국장급 인사가 함께 미국을 찾은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양 국장은 미국 행정부 인사들을 만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후 한·미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설명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소식통 등에 따르면 김태진 외교부 북미국장과 김정한 아태국장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 미 국무부 관계자 등을 만나 한·일 갈등 상황과 한·미 관계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이날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관계를 담당하는 북미국장의 방미는 다반사지만, 아태국장이 동행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다.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한·일 갈등으로 지소미아가 종료된 후 한·미 간 불협화음이 빚어진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우리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내리자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서는 실망감을 표했다. 이에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외교부청사로 불러 지소미아 종료 이후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 등에서 실망감을 드러내는 것은 한·미동맹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공개적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같이 한·일 갈등의 불똥으로 한·미 관계에서 불협화음이 커진 상황이다. 이번 외교부 핵심 당국자들의 방미는 지소미아 종료 후폭풍으로 대두된 한·미 관계 이상설을 진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북미국장과 김 아태국장은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이 일본에 있고, 지소미아 종료 결정도 일본에 의해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안보상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안보상 수출심사 우대)에서 제외하고, 수출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에 한국도 신뢰관계가 훼손된 일본과 군사정보를 교류할 수 없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또 우리 측은 오는 11월 23일 지소미아 실제 종료 전까지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면 지소미아를 재검토할 수 있음을 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소미아 종료 전까지 미국의 적극적인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