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박교린… KG·이데일리오픈 공정성 논란

입력 2019-09-08 17:43 수정 2019-09-08 17:44
박교린이 8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KLPGA 제공

신인 박교린(20)이 한국 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G·이데일리 레이디스 오픈에서 첫승을 수확했다. 하지만 이 대회는 제13호 태풍 링링의 강풍 속에서 라운딩을 강행하고, 선수들 간 진행률이 다른 상태에서 결국 일정을 축소해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

박교린은 8일 경기도 용인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6672야드)에서 끝난 최종 2라운드에서 6타를 줄여 최종 합계 11언더파 133타로 우승했다. 당초 3라운드 54홀로 진행될 예이던 이 대회는 지난 7일 2라운드 도중 수도권을 지나간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일정이 축소돼 36홀로 승자가 가려졌다. 올 시즌 36홀 대회는 지난 6월 에쓰오일 챔피언십, 8월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 이어 세 번째다.

혼란에서 기회를 잡은 선수는 박교린이었다. 박교린은 2라운드에서 다섯 홀만 진행하고 라운딩을 중단했다. 이때만 해도 선두 이다연(22)에게 3타차로 뒤처진 공동 5위에 있었다. 전날 링링의 강풍을 고려해 쉬운 위치로 꽂혔던 핀은 비바람이 사라진 이날도 옮겨지지 않았다. 박교린은 그 결과로 2라운드의 잔여 13홀을 상대적으로 쉬운 환경에서 완주할 수 있었다.

박교린은 이날 라운딩을 재개한 15번 홀(파5)에서 버디로 1타를 더 줄여 기분 좋게 출발했다. 2번(파3)·3번(파5)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았을 땐 리더보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1위를 끝까지 지켜 데뷔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박교린은 우승 상금 1억2000만원을 수확하고 2021년까지 KLPGA 투어 시드를 확보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미흡한 운영으로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조직위는 전날 2라운드를 강행했다. 라운딩은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전 8시부터 시작됐다. 경기 진행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면서였다. 하지만 풍속은 갈수록 빨라졌다. 기상청이 전날 낮 12시에 관측한 최대 풍속은 초속 37m였다. 초속 35m의 바람은 사람을 넘어뜨리고 기차를 탈선시킬 수 있다.

조직위는 오후 5시쯤이 돼서야 경기를 중단했다. 63명의 선수가 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상태였다. 조직위는 이어진 대책 회의에서 3라운드 일정을 취소하고 2라운드까지만의 성적으로 승자를 가리기로 결정했다. 월요일로 넘어가는 오는 9일까지 대회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론은 일정 축소였다.

이로 인해 2라운드의 난이도는 전날 태풍 속에서 친 선수와 이날 수월하게 라운딩을 진행한 선수에게 다르게 적용됐다. SNS에서는 “핀의 위치라고 바꿨어야 했다” “태풍 속에서 친 선수는 무엇이 되는가”라는 골프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박교린을 제외한 나머지 122명의 출전자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왔다.

박교린도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우승 소감을 밝히면서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 우승에 행운이 있었던 것이 맞다”면서도 “기회를 얻는다면 한 번 더 우승해 행운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