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에 ‘여풍’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조만간 최초로 여성 북미1과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미국까지 여성 과장이 맡으면 4강 외교(미국·중국·일본·러시아)를 담당하는 주요 부서 대부분을 여성 실무자가 지휘하게 된다.
8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외교부 북미국 북미1과장에 박은경(외시 37회) 현 외교부 장관보좌관이 내정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최종 결재만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보좌관이 정식 임명되면 여성 외교관이 최초로 북미1과장을 맡게 된다. 또 박 보좌관이 임명되면 북미 외교의 정무와 경제 모두 여성 외교관이 담당하게 된다. 미국과의 양자경제외교 업무를 다루는 양자경제외교국 북미유럽경제외교과장도 여성인 서용주(외시 37회) 과장이 맡아 왔다.
북미1과장은 한·미 관계를 다루는 주무과장으로서 외교부 내 최고 요직이다. 또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임성남 주아세안대사(전 외교부 제1차관) 등 북미1과장을 거친 상당수 인사가 고위직에 진출해 ‘엘리트 코스’로 불려 왔다. 박 보좌관은 2003년 외시에 합격한 후 중동과, 주바레인대사관, 주일본대사관 등에서 근무했다.
외교부 내 4강 외교의 주요 과들은 이미 여성 외교관들이 이끌고 있다. 일본을 상대하는 아시아태평양국 아태1과장은 이민경(외시 35회) 과장이, 러시아를 담당하는 유럽국 유라시아과장은 권영아(외시 36회) 과장이 각각 보임됐다.
중국 중앙정부와의 외교를 담당하는 동북아시아국 동북아1과장은 남성 외교관이지만, 지방정부와의 외교를 다루는 동북아2과장은 여성인 여소영 과장이 맡고 있다. 앞서 2014년 일본담당인 동북아1과장(현 아태1과장)에 임명된 오진희(외시 32회) 과장이 4강 외교를 담당한 최초의 여성 과장이었다.
외교부 직원들은 향후 여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2000년대 들어 여성 외교관이 가파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외시와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합격자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2009년 48.8%)만 빼고 모두 여성이 더 많았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