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때문에 스웨덴 최고봉이 공식적으로 변경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금까지 스웨덴에서는 케브네카이세산 남쪽 봉우리가 가장 높은 산으로 위용을 뽐냈으나 북극 기온 급상승으로 녹아내리면서 북쪽 봉우리에 최고봉 자리를 내줬다. 스웨덴 북부의 이 산은 빙하로 덮인 남봉과 빙하가 없는 북봉으로 이뤄져 있으며, 1880년 처음 관측이 시작된 이래 남봉이 공식 높이 2105m로 스웨덴 최고봉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이 산에 위치한 타르팔라 산악관측소의 연구진은 최근 남봉의 높이가 2095.6m로 측정돼 북봉보다 1.2m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측량 작업을 지휘한 스톡홀름 대학 지리학과의 군힐드 니니스 로스크비스트 교수는 “이 같은 남봉의 높이는 지금까지 측정된 것 중 가장 낮은 것”이라며 “지난 50년 동안 남봉의 높이가 24m나 깎였다”고 말했다.
그는 “거의 대부분의 수축이 지난 20년 동안 이뤄졌다. 이 기간 남봉 정상부의 빙하는 매년 평균 1m꼴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산의 높이를 정기적으로 재어 왔다는 로스크비스트 교수는 “이번 측정 결과는 상당히 상징적인 것”이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하고 뚜렷한 신호”라고 지적했다.
스웨덴은 작년 5월과 7월에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10도 이상 치솟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졌다. 또 북극지방에는 산불이 기승을 부리는 등 자연재해도 잇따른 통에 케브네카이세산 남봉의 빙하가 지난해 거의 4m나 녹아내린 것으로 학자들은 추정한 바 있다. 올해 7월 역시 북부지역 수은주가 34.8도까지 치솟으면서 이 산 남봉 정상의 얼음과 눈이 해빙된 것으로 보인다.
로스크비스트 교수는 “케브네카이세 남봉을 덮고 있는 것과 같은 소형 빙하들은 온난한 여름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는다”며 “빙하는 보통 혹독한 겨울이 아닌 서늘한 여름에 몸집을 키우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여름과 올여름의 폭염으로 눈과 얼음이 매우 빠르게 녹았다”며 “남봉 정상에 오르면 녹아내린 물이 흘러넘치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제 우리는 바로 눈앞에서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기후 변화 대처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