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수확인데. 너무 속상합니다….”
기록적인 강풍을 동반한 태풍 ‘링링’이 스치고 지나간 다음 날인 8일, 전북 김제시 죽산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인 벽골제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채모씨는 들녘을 돌며 한숨만 내쉬었다.
다음 달 풍년을 기대하던 벼들은 이번 거센 바람에 30% 이상 쓰러졌다. 비가 많지 않아 침수 피해는 없었지만, 마을내 다른 농민들의 논에서도 이런 피해가 일어났다. 대부분 신동진 품종을 심었는데, 바람에 약한 특징 때문이다.
“수확량이 꽤 줄 겁니다. 미질도 떨어지고…. 그러나 그저 바라볼 뿐입니다.”
채씨는 “수확때 기계를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벼가 쓰러졌어도 일부러 세우지 않는다”며 “앞으로 비가 많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태풍 ‘링링’은 인근 죽산면 일대도 휩쓸었다. 이 마을은 국내 최대 콩 재배단지다. 그러나 이번 강풍으로 재배 면적의 절반 정도가 옆으로 눕는 피해를 입었다.
김모씨는 “수확량도 줄고 작업에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북지역에서는 김제를 비롯해 전주와 남원, 순창, 무주, 고창 등지의 논 1137㏊에서 벼 쓰러짐 피해가 잇따랐다. 수확을 앞둔 배와 사과의 낙과 피해도 172㏊에 걸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더욱이 8∼9일새 전북지역에 최고 100㎜의 비가 또 내릴 것으로 예상돼 추석을 앞둔 농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가고 있다.
이번 태풍 피해는 8일 오후 2시 현재 도로와 가로수 등 공공시설이 9건, 주택과 농작물 등 사유시설이 41건 접수됐다.
부안군 위도 상왕등도항에서는 부잔교(수면의 높이에 따라 위아래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한 교량)가 거센 바람과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파손됐다. 변산면 궁항에 정박해 있던 1.38t급 어선 1척은 너울성 파도에 뒤집혔다.
김제=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