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청문회 뒤 계속되는 진영 다툼…과열된 싸움에 ‘피로’ 호소 쏟아져

입력 2019-09-08 16:08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에서 외출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6일 끝났지만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상반되는 의견이 수십만씩 쌓인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비롯해 각 진영 간 격렬한 공방이 오가며 여론몰이를 주도하려는 양상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후보자 지명 한달째까지 과열된 진영 싸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일까지 조 후보자 임명 찬반 청원에 각각 수십만명이 참여했다. 먼저 올라온 조 후보자의 임용을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이날까지 약 30만명이 동의했다. 이에 맞서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라는 청원에는 약 69만명이 몰렸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무상 기밀누설죄를 저질렀다며 이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에도 약 38만명이 참여했다.

일부 여권 지지자들의 ‘문자폭탄’도 여전하다.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임명에 비판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휴대전화에는 이튿날 2500건 넘는 항의문자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조 후보자를 비판했던 같은 당 박용진, 김현권 의원 등에게도 여권 지지자들에게서 비슷한 항의가 쏟아졌다.

인사청문회 뒤에도 찬반 여론은 진영별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 의뢰로 7일 조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 후보자 임명 반대가 49%, 찬성이 37%로 나타났다. 진보층에선 찬성이 66%로 많았고, 보수층에선 반대가 75%로 압도적이었다. 설문은 휴대전화 등을 활용한 웹 조사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일부 시민들은 길어지는 논란과 반목에 피로를 호소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회초년생 박모(25)씨는 “최순실·정유라 사건 때는 사태가 진행될수록 더 심각한 게 나왔는데 이번엔 고만고만한 문제가 별 진전없이 반복해서 제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2)씨는 “야근하면서 팀장이 청문회 중계를 틀어놓은 걸 봤다”면서 “주변에서는 아직도 저 얘기 중이냐며 지루해한다”고 토로했다.

충청 지역 대학생 김모(26)씨는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를 비판한 야당 의원 아들 기사에 조 후보자와 비교하며 압수수색하라는 여권 지지자들 댓글이 달린 걸 보고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 “모든 사안을 정치에 연결지으려는 걸 보고 있자니 피곤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대나 고려대 학생들이 계속 시위를 이어나가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똑같은 상류층끼리 서로 ‘공정’ 운운하는 걸 보면 지방대생 입장에선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 의혹이 늘어지고 진영 간 싸움이 반복될수록 사회적 피로감은 가중될 전망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 진영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증거나 합리적 설명이 먹히지 않는 수준”이라며 “여기에 검찰까지 끼어들면서 피로감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정파성 싸움이 되어버리니 양 진영이 서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진영싸움에 매몰되기보다 추진하려는 개혁의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개혁의 성과가 미진하니 (조 후보자라는) 인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긴다”면서 “정권이 3년차에 들어선 지금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던 개혁의 방향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조 후보자를 임명해 어떤 개혁을 할 건지 그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짜서 제공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황윤태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