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6일 끝났지만 논쟁은 이어지고 있다. 상반되는 의견이 수십만씩 쌓인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비롯해 각 진영 간 격렬한 공방이 오가며 여론몰이를 주도하려는 양상이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후보자 지명 한달째까지 과열된 진영 싸움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8일까지 조 후보자 임명 찬반 청원에 각각 수십만명이 참여했다. 먼저 올라온 조 후보자의 임용을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이날까지 약 30만명이 동의했다. 이에 맞서 조 후보자를 장관에 임명하라는 청원에는 약 69만명이 몰렸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무상 기밀누설죄를 저질렀다며 이를 처벌해 달라는 청원에도 약 38만명이 참여했다.
일부 여권 지지자들의 ‘문자폭탄’도 여전하다.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 임명에 비판적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의 휴대전화에는 이튿날 2500건 넘는 항의문자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조 후보자를 비판했던 같은 당 박용진, 김현권 의원 등에게도 여권 지지자들에게서 비슷한 항의가 쏟아졌다.
인사청문회 뒤에도 찬반 여론은 진영별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KBS가 한국리서치 의뢰로 7일 조 후보자 관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 후보자 임명 반대가 49%, 찬성이 37%로 나타났다. 진보층에선 찬성이 66%로 많았고, 보수층에선 반대가 75%로 압도적이었다. 설문은 휴대전화 등을 활용한 웹 조사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였다.
일부 시민들은 길어지는 논란과 반목에 피로를 호소했다. 수도권에 살고 있는 사회초년생 박모(25)씨는 “최순실·정유라 사건 때는 사태가 진행될수록 더 심각한 게 나왔는데 이번엔 고만고만한 문제가 별 진전없이 반복해서 제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32)씨는 “야근하면서 팀장이 청문회 중계를 틀어놓은 걸 봤다”면서 “주변에서는 아직도 저 얘기 중이냐며 지루해한다”고 토로했다.
충청 지역 대학생 김모(26)씨는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를 비판한 야당 의원 아들 기사에 조 후보자와 비교하며 압수수색하라는 여권 지지자들 댓글이 달린 걸 보고 납득하기 어려웠다”면서 “모든 사안을 정치에 연결지으려는 걸 보고 있자니 피곤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서울대나 고려대 학생들이 계속 시위를 이어나가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똑같은 상류층끼리 서로 ‘공정’ 운운하는 걸 보면 지방대생 입장에선 어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조 후보자 의혹이 늘어지고 진영 간 싸움이 반복될수록 사회적 피로감은 가중될 전망이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각 진영 사이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증거나 합리적 설명이 먹히지 않는 수준”이라며 “여기에 검찰까지 끼어들면서 피로감이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국 정파성 싸움이 되어버리니 양 진영이 서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을 잡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봤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조 후보자를 둘러싼 진영싸움에 매몰되기보다 추진하려는 개혁의 내용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개혁의 성과가 미진하니 (조 후보자라는) 인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생긴다”면서 “정권이 3년차에 들어선 지금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왔던 개혁의 방향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조 후보자를 임명해 어떤 개혁을 할 건지 그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짜서 제공하는 수밖에는 없다”고 조언했다.
조효석 황윤태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