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제와 쇼닥터들, 의료인의 정도 지켜라” 어느 한의사의 일침

입력 2019-09-08 15:54
페인랩 유튜브 영상 캡처

한 한의사 유튜버가 유명 한의사인 이경제씨를 비롯한 ‘쇼닥터’들을 저격하는 영상을 게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페인랩이라는 유튜브 활동명을 가진 이 한의사는 지난달 29일 ‘한의사 이경제 선배님 제발 부탁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4분짜리 이 영상은 뒤늦게 눈길을 끌어 열흘 만인 8일 오후 3시 기준 66만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영상 속에서 페인랩은 “까마득한 후배라서 가만히 있으려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렇게 영상을 만들게 됐다”며 “조심스럽게 말씀 올린다”고 입을 뗐다.

이어 “예능과 정보채널을 넘나들면서 활약하는 쇼닥터 한의사 중 넘버원인 이경제 한의사 선배님은 방송가에서 아주 인기가 많을 만하다”며 “언변도 뛰어나고 예능감도 있는 데다가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률에 도움이 될만한 얘기들을 많이 해준다”는 설명과 함께 본론을 시작했다.

여기서 말한 쇼닥터란 ‘show’(보여주다)와 ‘doctor’(의사)의 합성어로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들을 일컫는다. 인지도를 높여 소속 병원의 얼굴마담이 되기도 한다. 페인랩은 쇼닥터들에 대해 “객관적인 의학 지식을 말하기보다는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내용을 말하는 의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제발 적어도 의료인이라면 최소한의 정도를 지켜달라”며 “일반인이 TV를 볼 때 ‘말도 안 돼’라면서 갸우뚱하지만 화술이 기가 막히다 보니 ‘없는 얘기를 지어서 하겠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TV조선 방송 캡처

그러면서 이씨가 최근 한 방송에서 언급한 ‘물파스 중풍 예방법’을 예로 들었다. 방송에서 그는 물파스가 중풍을 예방해 주고 목덜미를 부드럽게 관리할 수 있게 해 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물파스를 뒷목 전체에 발라라’ ‘아침 기상 직후와 밤 취침 직전에 물파스를 바르면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 등의 진단을 내렸다.

페인랩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방송에서 저런 식으로 말하면 환자분들이 현혹되기 쉽다”며 “물파스로 중풍을 예방할 수 있다면 하루빨리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하시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저 방송에 나왔던 본인 파스를 홍보하고자 페이스북에 영상을 공유했던 제약회사는 식약처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 “피해는 고스란히 다른 한의사들에게 돌아온다”며 “저희 후배들은 열심히 진료하다가도 환자분이 ‘어느 유명한 한의사 누가 티비에 나와서 이렇게 하라고 했다’라고 하실 때면 말문이 턱 막힌다”고 토로했다.

MBC 방송 캡처

영상 말미에는 이씨가 유명세를 타던 당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해 선보인 치료도 지적했다. 이씨는 방송에서 출연자들을 대상으로 CRA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체질이 안 맞는 약재가 몸에 닿으면 뻗어있는 자신의 팔이 아래로 내려가고, 그 반대일 경우 팔의 균형이 팽팽하게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페인랩은 “구조적인 접근을 통한 근력 테스트 검사라면 모를까 이를 공중파 방송에 나와 약재 진단에 활용한 건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며 “검증되지 않은 단순한 테스트로 환자를 진단하는 것은 시청자들에게 ‘정말 저 한의사는 저렇게 진단을 하나?’라는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방송 후 저도 많은 질문을 받았고 의문을 넘어 불신을 초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짚었다.

이어 “쇼닥터들은 인기를 이용해 본인의 인지도를 높이고 본인의 이름이 들어간 건강 기능 식품을 만들어서 수익을 창출한다”며 “때문에 더욱더 자극적인 내용을 서로 하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히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 방송에서 제발 의료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하지 마시고 예능인이나 방송인의 타이틀을 달고 방송해달라”며 “쇼닥터 분들은 방송에서 본인을 전문가로 소개하지 말라. 진짜 전문가들은 TV 속이 아니라 병원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