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반년째 경기가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한 물가와 관련해서는 “올해 말 이후에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플레이션으로 접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KDI는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경기에 대해 ‘둔화’라는 표현을 썼지만, 4월부터는 ‘부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왔다. KDI는 수출과 소비, 투자 모두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우선 8월 수출은 반도체(-30.7%)와 석유류(-19.7%)를 중심으로 감소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대비 13.6% 줄었다. 수출 감소폭도 -13.6%로 -11.0%였던 7월보다 늘었다. 세계교역량이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대외 수출여건도 악화하면서 7월 수출물량지수도 0.7% 하락했다. 같은 달 수입도 4.2% 감소했다.
7월 들어 전산업생산은 0.5%의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조업일수가 하루 늘어난 영향이라고 KDI는 지적했다. 제조업 재고율은 115.2%로 나타났다. 소비가 계속 감소하면서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같은 달 소매판매액은 0.3% 감소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한 달 전보다 3.4포인트 내린 92.5로 집계됐다. 소비재수입 증가율도 2.9%로 한 달 전(13.5%)보다 크게 내려갔다.
다만 KDI는 지난달 첫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는 “수요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0%까지 하락했지만, 올해 말 이후 반등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예상했다. 그 근거로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0.8%로 전월(0.9%)과 유사한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점을 들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KDI는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7월 설비투자는 1년 전보다 4.7% 줄었지만, 감소폭은 전월(-9.0%)보다 좁아졌다. 건설투자 역시 1년 전보다 6.2% 감소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