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두고 신경전을 펼쳐온 서울시가 먼저 한발 물러섰다. ‘기존 계획에 큰 문제가 없으니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쪽에서 정부 요구대로 ‘소통을 늘리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서울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광화문 월대(궁궐 등 격식 있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복원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홍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월대 복원은 서울시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서울시는 9일부터 역사전문가와 시민들이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함께 걷게 하는 ‘광화문 역사 산책’ 형태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광화문 재구조화 사업에 시민 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광화문시민위원회 시민참여단에 먼저 선보인 뒤 일반 시민들에게도 공개할 계획이다. 앞서 일부 시민단체는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에 실효성 있는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 등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에는 역사광장 복원의 필요성에 관한 토론이 포함된다. 서울시 조영창 광장기획반장은 “광장 역사 복원은 우리 역사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인식을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월대 복원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7일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과정에서 더 많은 소통을 거쳐 합의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박 시장은 서울 중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막식 행사에서 “시민들의 의사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절차와 방식으로 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이) 국가광장이라는 의미도 있어서 서울시 혼자만의 힘으로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중앙정부와 약간의 갈등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어 “워낙 중요한 공간이다 보니 그만큼 여러 장애도 있는 것”이라며 “나름대로 합의의 긴 시간을 가지기는 했으나 또 더 (합의를) 해야 한다. 시민들의 의사가 더 중요하게 고려되는 절차와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의 위상을 살리는 일”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월대와 역사를 복원하는 것이고, 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시민 친화적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추진을 놓고 이견을 드러냈다. 행안부는 ‘시민 의견을 더 들어보고 천천히 추진하자’고 했지만 서울시는 ‘충분히 들었으니 계획대로 추진하자’는 식이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이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필요성이 충분히 설득되지 않았다”며 행안부 쪽 의견에 힘을 실어주면서 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