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학교에서 잇따라 유해물질에 의한 안전사고가 발생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8일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경북 안동 한 중학교 과학실에서 포르말린 1ℓ가 새어 나왔다. 이 때문에 학생과 교사 등 61명이 눈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운 증상 등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날 사고는 학생들이 공놀이를 하다 포르말린이 든 유리용기를 깨트려 일어난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앞서 예천 한 고등학교에서도 지난달 과학실에서 교사 2명이 포르말린이 든 병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교사들은 용액 때문에 구토와 어지럼 증세를 보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포르말린은 개구리 등의 해부 표본을 용기에 담을 때 사용하는 물질이다. 그동안 포르말린 용기는 과학 수업 기자재로 사용돼 왔지만 독성 때문에 2015년부터 필수 교재에서 빠지고 동영상 등으로 대체됐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사고가 난 학교에 수거가 되지 않은 포르말린 일부가 남아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내 학교들을 대상으로 포르말린 전수 조사를 재시행해 전량 수거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대구 경상여고에서는 지난 2일 원인 불명의 가스가 학교 강당에 유입돼 교장 취임식에 참석했던 학생 등 70여명이 구토 등의 증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2년 전에도 이 학교에서는 비슷한 사고가 있었지만 원인을 밝히지 못했고 이후로도 악취 등의 민원이 계속됐다.
대구시와 대구지방환경청, 대구시교육청, 북구 등은 사고 후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까지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나타내며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기관들은 원인규명을 위해 학교 주변 공단과 사업장 등 외부요인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대구경실련 관계자는 “경상여고 악취와 유해물질 피해는 인재”라며 “대구시 등 관계기관이 악취관리지역 지정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지역 학교 운동장에서 유해물질이 허용기준치 이상 검출되기도 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조사를 벌인 결과 초·중·고 72개 학교 운동장에서 프탈레이트가 허용기준치(0.1%)를 초과했다. 심한 곳은 50배를 넘긴 곳도 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드는 화학물질로 2017년 한국산업표준(KS)이 개정되면서 우레탄 운동장 제한 물질이 됐다. 대구시교육청은 이달 말까지 이들 학교의 우레탄 소재 트랙과 운동장을 걷어내고 친환경 운동장을 조성할 방침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