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변수’ 만난 文, 그래도 조국 품을까

입력 2019-09-07 20:35 수정 2019-09-07 23:03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문재인 대통령의 결심만 남겨 놓게 됐다. 검찰이 조 후보자 부인 정경심 교수를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전격 기소하면서 정국은 더욱 요동치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태풍 ‘링링’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태풍 대처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 3개국 순방을 마치고 지난 6일 오후 귀국한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 임명 여부를 두고 마지막 숙고에 들어갔다. 문 대통령이 ‘6일’로 시한을 정해 국회에 요청했던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는 결국 송부되지 않았다. 7일 0시부터 문 대통령은 언제든 조 후보자 임명을 재가할 수 있는 상태다.

7일까지 조 후보자 임명 여부와 관련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기류에 특별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청문회에서) ‘결정적 한 방’은 나오지 않았다”며 “지난 2일 국회 기자간담회 이후 나온 새로운 의혹에도 후보자의 위법·범법 사실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중대한 흠결이 없으니 임명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기존 청와대 입장과 같다.

다만 조 후보자 부인 기소라는 검찰발 변수가 등장했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진술 청취 절차 없이 6일 오후 10시50분쯤 그의 공소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현재의 수사 기세로는 조만간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질 분위기이며, 사문조위조 혐의 외에 증거인멸 등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이 많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내심 당혹감과 함께 불쾌감을 내비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실 소속 한 선임행정관은 전날 SNS를 통해 “검찰의 춤사위에 언론이 합을 맞춘다”면서 “미쳐 날뛰는 늑대처럼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13호 태풍 '링링'이 한반도 전역을 강타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깃발이 강풍에 휘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은 이날 문 대통령을 향해 조 후보자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기소된 아내의 남편이 검찰 인사권을 쥔 법무부의 수장이 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조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했다.

같은 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조 후보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에 적극 임할 준비를 하라”며 “문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양심을 챙겨 하자투성이 법무부 장관 임명에 대해 사과하고 지명철회를 하라”고 주장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앞으로 여당은 ‘모든 의혹이 해소됐다’고 할 것이고 야당은 ‘임명강행 결사반대’에 나설 것인데, 청와대가 임명 강행 방침을 고수한다면 최악의 선택”이라며 “결자해지는 청와대의 몫으로, 바른미래당은 청와대 결정과는 별도로 국정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조 후보자 관련 각종 의혹이 해소됐다고 강조하면서 동시에 당사자 조사 없이 후보자 부인을 기소한 검찰을 향해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검찰을 때려 조 후보자 임명의 당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성격도 짙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번 청문회는 다시 한번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시간이었다”며 “검찰의 후보자 주변에 대한 유례없는 압수수색과 과잉수사, 피의사실 공표, 수사자료 유출 등은 검찰개혁의 당위성만 입증했다”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은 이해찬 대표 주재로 8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조 후보자 관련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7일 새벽 마무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 공방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지만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에게 절대적인 신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인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결국 조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문재인정부 개혁을 상징하는 조 후보자가 검증 과정에서 큰 상처를 입고 낙마할 경우 권력기관 개혁을 포함한 국정 동력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문 대통령은 7일 임명 강행은 하지 않았다. 태풍 ‘링링’의 한반도 강타로 전국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는 상황이라 청와대도 재해 상황 관리에 전력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도 있어 보인다.

결국 문 대통령이 순방 후 청와대 업무에 공식 복귀하는 첫날인 9일 조 후보자의 임명을 재가하고 10일 국무회의에 참석시키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만 야권의 공세가 더욱 강해지는 데다, 후보자를 조여가는 검찰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휴일인 8일 임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 측에 “참모들이 임명 기류를 짐작한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며 “저희도 대통령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