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에 있는 짐바브웨를 37년간 통치하다 2년 전 축출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이 95세로 사망했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에머슨 음낭가과 짐바브웨 대통령은 6일 트위터를 통해 무가베 전 대통령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음낭가과 대통령은 “무가베는 자유의 상징이고 국민의 해방과 자강을 위해 일생을 바친 범아프리카주의자였다”면서 “우리나라와 대륙의 역사에 대한 그의 기여는 결코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영국 BBC 방송은 무가베 전 대통령의 가족을 인용해 그가 싱가포르에서 건강이 악화해 숨졌다고 보도했다. 무가베는 올해 4월부터 싱가포르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이 보도된 바 있다. 짐바브웨에선 수년째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무가베가 종종 싱가포르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살아생전에 ‘세계 최장기·최고령 독재자’로 유명했던 무가베의 사망 소식에 짐바브웨 국민은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에는 “나는 (무가베를 애도하는데) 낭비할 눈물이 없다” “(반대파 숙청) 당시 10만명을 학살한 개, 로버트 무가베가 죽었다는 좋은 소식을 들으며 금요일이 시작됐다. 불행히도 그는 사과조차 하지 않고 죽었다” 등의 글이 올라와 있다.
1980년부터 장기 독재를 해 온 무가베는 41살 연하의 부인 그레이스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주려고 시도하다가 2017년 11월 군부 쿠데타와 의회의 탄핵 절차 등에 직면한 뒤 사임했다. 짐바브웨 건국에 앞장선 독립투사 출신이지만 독재자로 돌변한 무가베는 이후 부정부패와 사치로 국가경제를 파탄에 빠뜨렸다. 그의 집권 이후 짐바브웨는 세계 최빈국 중 하나가 됐다. 또한 그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반대파에 대한 대대적인 학살을 벌였다.
2009년 워싱턴포스트(WP)의 주말판 매거진 ‘퍼레이드’는 무가베를 세계 최악의 현직 독재자 부문 1위로 꼽았다. 하지만 2017년 무가베를 몰아낸 짐바브웨 집권당은 정국 안정을 위해 면책특권을 보장하고 무가베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음낭가과 현 대통령 역시 권력 장악을 위해 인권을 탄압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