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세일’ 사라지나…11월부터 판촉비용 50% 이상 유통업체가 부담

입력 2019-09-06 14:31

오는 11월부터는 백화점 할인 등의 판촉행사를 할 때 대규모 유통업자도 판촉비용의 5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무리한 할인으로 발생하는 부담을 입점업체에 떠넘기던 관행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오프라인 매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매장에서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된다.

다만 ‘떠넘기기’가 제재를 받게 되면 향후 온·오프라인 판매제품 할인의 폭이 줄어 들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유통업자가 전향적으로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안 좋은 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규모유통업 분야의 특양매입거래에 관한 부당성 심사 지침’ 제정안을 오는 26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6일 밝혔다. 해당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31일부터 지침을 발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적용 기간은 2022년 10월 30일까지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할인 행사를 할 때 대규모 유통업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규정한 부분이다. 할인으로 발생하는 손실분의 50%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납품업체가 대부분 손해를 떠안는 관행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2016년 6월 밝힌 사례를 보면 백화점 등에서 할인 행사를 할 때 납품업체가 부담을 떠안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대규모 유통업자가 판매 수수료를 할인해주지 않다보니 발생한 일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바뀌는 지침대로라면 이 관행이 원천차단된다. 백화점에 입점해서 판매가 중 30%의 수수료를 백화점 측에 지불하고 판매하는 제품을 예로 들어 보자. 가격이 1만원인 제품을 8000원에 판매를 하며 2만개를 팔았을 경우를 가정하면, 기존 가격에 판매했을 때보다 4000만원의 손실이 생긴다. 지침을 적용한다면 백화점은 2000만원 이상을 자부담해야 한다. 해당 기간 동안 수수료율을 30%에서 25% 이하로 인하하지 않으면 지침을 위반하는 게 된다.

예외를 두기는 했다. 납품업체가 자발적으로 요청해 다른 납품업체와 차별화되는 판촉행사를 할 경우다. 이 때는 대규모 유통업자가 50% 이상의 판촉비용을 감당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지침이 시행되면 할인 행사 시 납품업체의 부담이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는 ‘폭탄 세일’을 찾아보기 힘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규모 유통업자 입장에선 할인률을 높일 수록 자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할인폭이 줄수록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자를 움직일 요인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초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침 시행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백화점이나 온라인 쇼핑몰이 납품업체와 ‘상생’하겠다는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