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 원인은 ‘직장 내 괴롬힘’…의료 쇄신 권고

입력 2019-09-06 11:52
지난 1월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 출범 및 진상조사위원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월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 원인이 ‘태움’(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뜻하는 의료계 은어)이었다는 진상대책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진상대책위는 의료원 경영진 교체와 간호 관리자 인사처분, 조직개편과 상임감사제 도입, 노동환경 개선 등을 권고함과 동시에 서울시가 유가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재방방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했다.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진상대책위원회는 6일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진상조사 결과 보고회에서 “고인의 사망은 관리자와 조직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라고 발표했다. 진상대책위는 서 간호사가 사망한 지 8개월, 대책위가 꾸려진 지 약 6개월 만에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진상대책위는 “서울의료원이 최근 10년간 조직 규모를 확대하며 외적으로 성장했다”며 “조직적·환경적 괴롭힘이 있었고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도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사망사건 대응 과정에서 의료원 측이 늑장보고를 하고 고인의 명의를 도용해 일방적으로 퇴직 처리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책위는 고인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처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고인의 지난해 근무일수는 217일로 동기 19명의 평균(212일)보다 많았으며, 야간 근무일 역시 83일로 동기들(76일)보다 많았다고 밝혔다. 또한 고인이 원치 않은 부서이동을 겪어 스트레스를 호소했으며, 새로 옮긴 간호행정부서에서 책상, 컴퓨터, 캐비닛 등이 지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의료원 측이 진상대책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도 주장했다. 김종진 진상대책위 대변인은 “요청한 자료 중 10개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제출된 70여 개 자료 중 절반 가량이 적합한 자료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서울시에 유가족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서울의료원 경영진의 징계 및 교체, 간호 관리자 인사처분과 징계, 간호부원장제와 상임감사제 도입, 간호사 야간전담제 전면 재검토 등 간호사의 노동조건 개선을 권고했다.

임상혁 진상대책위원장은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은 서울의료원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시 산하 전체 의료원으로 대상을 확대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 간호사는 올해 1월 5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태움이 사망의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3월 서울의료원 노조와 유족이 추천한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