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英총리 “브렉시트 추가 연기 요청하느니 죽는게 나아” 극단 발언

입력 2019-09-06 11:42
경찰신병학교에서 연설하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유럽연합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하느니 죽는 게 낫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최근 의회의 제동으로 유럽연합(EU)에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요청해야 되는 상황으로 몰리는 가운데 극단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존슨 총리는 5일(현지시간) 웨스트 요크셔 지역의 웨이크필드에 위치한 경찰신병학교 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BBC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존슨 총리는 그동안 합의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면서 10월 31일 무조건 브렉시트를 시행한다는 방침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지난 4일 영국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향후 행보에 차질이 생겼다. 이 법안은 10월 19일까지 영국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혹은 합의에 실패해 노딜 브렉시트를 선택해야 때에는 의회의 승인을 얻도록 했다. 그리고 둘다 안되면 EU에 브렉시트 시한을 3개월(1월 31일) 연기해 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될 경우 브렉시트는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지게 된다.

존슨 총리는 상원에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보수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통해 법안 통과를 저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상원은 오는 6일까지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하원은 9일 최종표결을 할 수 있게 됐다. 이후 여왕의 재가를 얻으면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의 입법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원이 존슨 총리가 발의한 조기 총선안을 부결시킨 가운데 존슨 총리는 또다시 조기 총선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하원은 오는 9일 재표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조기 총선을 위해서는 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재표결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선을 치른다 하더라도 보수당이 다수당 지위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할 수도 없다.

존슨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나는 조기 총선을 원하지 않지만 솔직히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다. 브렉시트 관련 일을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기 총선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10월 31일까지 이 나라를 (EU) 밖으로 끌고 나오는 것을 원하는가, 아니면 제러미 코빈과 노동당이 중요한 EU 정상회의에 가 통제권을 넘겨주고 우리를 10월 31일 이후에도 (EU에) 남도록 할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브렉시트 추가 연기로 인해 한 달에 수십억 파운드의 비용이 들지만 이를 통해 아무 것도 이룰 소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할 경우 사퇴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그는 또 당론에 반하는 투표를 한 보수당 의원 21명을 출당한 것과 관련해 “징계는 항상 힘들다. 그러나 때로는 이를 집행해야 한다”며 “당신의 메시지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보수당 내에서는 그의 징계 조치에 대한 비판이 높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