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종족주의’ 열풍 한풀 꺾이나…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추락

입력 2019-09-06 09:50
5일 오전 서울 관악구 낙성대경제연구소 앞에서 애국국민운동대연합 회원들이 이영훈 교수 등이 집필한 '반일 종족주의'를 불태우고 있다. 뉴시스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키며 서점가를 들썩이게 만든 ‘반일 종족주의’의 인기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반일 종족주의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강제동원 주장에 반기를 들어 논란이 됐다. 한국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도 학술적 근거도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6일 교보문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부터 줄곧 베스트셀러 순위 정상을 차지한 반일 종족주의는 8월 5주차 순위에서 5위로 추락했다. 1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된 임홍택의 ‘90년생이 온다’가 차지했으며, 2~4위에는 각각 ‘당신의 뇌를 고칠 수 있다’ ‘설민석의 삼국지 2’ ‘여행의 이유’가 랭크됐다.



반일 종족주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와 김낙년 동국대 교수,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함께 쓴 역사 교양서다. 책에는 일본인을 악의 종족으로 규정하는 것은 종족주의에 불과하다는 주장과, 반일 종족주의의 기원·형성 과정을 추적한 내용이 실려 있다.

책은 지난 7월 10일 나왔는데, 출간 당시에는 이렇다 할 호응이 없었다. 하지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한 달 뒤 페이스북에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혹평하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당시 조 후보자는 “(반일종족주의에서 제기한 것 같은) 주장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학자, 이에 동조하는 일부 정치인과 기자를 ‘부역 매국 친일파’라는 호칭 외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고 적었다. 이후 책을 향한 비난은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저자 일부가 속한 낙성대경제연구소에 한 시민이 오물을 뿌리고 낙서를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일도 벌어졌다. 비난이 많았지만 책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한 탓인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은 조 후보자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반일 종족주의 열풍이 차갑게 식고 있다는 점은 다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스24가 집계한 베스트셀러 순위(9월 첫째 주 기준)에서 반일 종족주의는 전주보다 11위나 떨어진 14위로 추락했다. 예스24 순위에서 1위는 인기 크리에이터 ‘흔한 남매’의 에피소드가 담긴 ‘흔한 남매 2’가 차지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