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딸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단국대 의대 인턴십에 참여해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에 대해 “아이가 영어를 조금 잘하는 편”이라며 “그 실험에 참석하고 난 후 논문에 참여한 연구원들이 연구성과 및 실험성과를 영어로 정리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기자간담회 다음 날 “조 후보자 딸의 영어 내신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주 의원은 “영어 작문은 모두 6등급 이하, 문법은 모두 5등급 이하, 독해도 7등급 이하였다”며 “유일하게 영어 회화만 6등급을 받은 경우가 몇 번 있었고, 4등급도 2번 받았다고 한다. 그것이 최고로 좋은 후보자 딸의 영어 관련 성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 후보자 딸의 낮은 국어 내신 성적을 언급하며 “한국말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어떻게 영어로 (논문) 번역이 가능한지 국민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자 딸의 내신 성적을 봤을 때, 영어 실력이 논문을 번역할 만큼 뛰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한 외고 영어 내신 전문 학원 강사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4~6등급 외고 학생들은 발음이 원어민 수준이다. 영어 선생님보다 영어 잘하는 학생이 부지기수”라고 반박했다.
외고 출신 학생들은 주 의원의 발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국민일보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외고 출신 학생들 7명에게 주 의원 발언의 타당성을 물어보았다.
외고 영어 내신과 영어 실력의 상관관계
외고 출신 학생들은 모두 “일반적으로 내신등급과 영어 실력이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답했다. 내신 성적이 낮다고 영어 실력이 낮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10년대 초 충청도 소재 외고에 입학한 A씨는 “만약 모의고사 영어 과목에서 2개 이상 틀리면 외고에서는 전교 100등 밖으로 밀려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재학생 대부분이 영어 모의고사 1~2등급에 해당하는 실력이었고, 3등급 이하는 10% 이하였다. 그만큼 다들 영어를 잘했다”며 “그런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내신 등급이 다소 낮더라도 영어 수준은 높은 친구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영외고는 외고 중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한 학교”라며 “우리 학교에서 내신 4~8등급을 맞은 친구들보다 영어 실력이 더 뛰어나면 더 뛰어났지, 덜했을 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0년대 중반 한영외고에 입학한 최모씨도 “아무리 못하는 우리 학교 출신 학생들도 그때나 지금이나 최소 토익 800점은 넘길 것으로 본다”며 “주 의원의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0년대 초반 경상도 소재 외고에 입학한 B씨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학교 공부를 안 해도 내신을 6~7등급 맞은 적은 없다. 또 아무리 내신이 어려워도 영어 논문 쓸 실력인데 저렇게 등급이 낮은 건 이해가 안 간다”며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B씨 역시 “내신과 영어 실력이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교생의 의대 논문 번역 가능한가
논문을 직접 읽어본 외고 출신 학생들 7명 중 5명은 “조 후보자 딸이 아니더라도 방학 2주 동안 충분한 노력을 들이면 논문을 번역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해외에 살다 왔더라도 고등학생이 의학적 전문용어를 모두 이해하고 자유자재로 활용해 논문을 번역했다는 사실이 놀랍긴 하다”면서도 “만약 즉석에서 영작했다면 어려웠겠지만 다른 외고 학생들도 시간을 들여서 여러 번 퇴고 과정을 거친다면 충분히 번역이 가능하다. 논문 문장이 높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와 2011년 경기도 소재 외고에 입학한 C씨도 “전문용어가 들어가 어렵게 느껴질 뿐 문장과 논문 전체 구성을 봤을 때 조 후보자 딸이 아니더라도 영작 가능한 고등학생들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7명 중 2명은 조 후보자의 딸이 해외에서 거주했더라도 논문을 쓰기는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글은 짧지만 논문의 내용이 너무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2010년대 초반 서울 소재 외고에 입학한 D씨는 “번역은 연구 과정과 결과를 모두 이해해야 한다. 전문적인 용어도 너무 많이 나온다”며 “조 후보자 딸이 연구 결과를 정리해서 직접 쓰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