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하겠다는 文정부가…“조국 압수수색 사전 보고 해라”

입력 2019-09-05 17:52 수정 2019-09-05 19:30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5일 오전 열린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9.5 toadboy@yna.co.kr/2019-09-05 11:25:26/

압수수색은 수사 보안을 요하는 사항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무부에 사전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검찰이 5일 밝혔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의혹에 대한 검찰 압수수색을 사후 보고 받은 것을 두고 “사전 보고를 했어야 했다”고 지적한 직후 내놓은 입장이다.

대검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수사 보안을 요하는 사항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무부에 사전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수사보고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규정을 두지 않는다. 관련 내규인 ‘검찰보고사무규칙’에도 관련 규정이 없다. 그러나 검찰은 통상 압수수색에 대해서는 수사 밀행성을 지키는 차원에서 사전 보고를 자제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을 수사하며 압수수색을 법무부에 사후 보고했다. 2017년 말 전병헌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수사를 하면서도 사전 보고를 하지 않았다. 이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에서 청와대 등이 검찰 수사에 과도하게 개입해 문제가 생겼던 만큼, 사전 보고를 자제해 수사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압수수색에 대한 사전 보고 여부가 문제가 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병헌 전 정무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 때도 청와대는 불쾌한 기색은 내비쳤지만 사전 보고를 강요하지 않았다. 그때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위시한 청와대 인사들은 수사 착수에 당혹해하면서도 “수사 사실을 전혀 몰랐다.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오히려 당시 상황을 “문재인정부는 지난 정부처럼 검찰을 장악하거나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에 사전 보고를 요구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후보자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사후에 알게 됐다. (사전에) 보고 했어야 했다”고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검찰이 조 후보자 주변인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 국무회의 참석을 위해 이동하다 차 안에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왜 사전보고를 해야 했느냐’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상위법인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선 (검찰이 압수수색) 보고를 (사전에) 하고 장관은 수사를 지휘하는 게 논리에 맞다”고 말했다. 여론이 관심이 큰 사건의 경우 장관이 검찰 수사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얘기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2019.9.5 kane@yna.co.kr/2019-09-05 10:22:29/

박 장관은 ‘압수수색을 할 때마다 보고하면 어떻게 수사의 밀행성이 보장되겠느냐’는 정 의원의 지적에 “그렇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어떻게 실현되겠느냐”고 답했다. 압수수색 단계에서부터 수사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박 장관이 조 후보자 관련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이같은 언급을 하면서 법조계에서는 ‘장관이 이 사건 수사에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중립성을 세우기 위해 개혁을 하겠다던 문재인정부가 이제는 수사에 개입해 통제를 하겠다고 하는 것 아니냐”며 “자신들이 비판하던 박근혜정부의 소위 ‘적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찰도 과도한 수사 개입에 불쾌한 반응을 내비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조 후보자의 딸 표창장 관련 의혹에 대해 “그 당시 (조 후보자의 딸에게) 표창장을 주라고 추천한 교수를 찾은 것으로 파악했다”며 “내일 청문회에서 그것에 대해 해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후보자 관련 핵심 의혹인 ‘표창장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가이드 라인’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대검은 “금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장관 후보자 부인의 표창장 위조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위조가 아니라는 취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바 있다”며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임”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수사 개입에 대해 ‘전면전’을 편 것으로 법조계는 해석하고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