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끼니를 때우는 ‘혼밥’ 문화가 소비자 일상 곳곳에 빈틈없이 스며들고 있다. 1인 메뉴 정착에 앞장섰던 배달 앱에서는 이미 하루 두 끼 이상 1인 메뉴를 주문하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었다. 회사 구내식당에도 ‘혼밥 코너’가 들어섰다. 직장인들은 약속 없는 저녁에도 혼밥 코너를 찾아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외식·식품 업체는 혼밥족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딜리버리히어로 코리아의 배달앱 ‘요기요’는 올해 상반기 동안 하루 두 번 1인 메뉴를 주문한 소비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 증가했다고 5일 밝혔다. 하루 2회 이상 1인분 주문이 가장 많았던 날은 일요일이었다. 하지만 평일에도 하루 2회 이상 1인분 메뉴를 주문한 소비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다.
요기요는 혼밥족들을 겨냥해 이미 지난 2016년 1인분 주문 카테고리를 선보였다. 요기요는 “혼밥족들을 중심으로 배달앱을 통한 음식 소비문화가 더욱 폭넓게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점심시간에도 혼자 여유를 즐기고 퇴근 후에는 피곤해 배달주문으로 식사를 해결하려는 ‘직장인 혼밥족’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직장인 혼밥족이 등장하면서 구내식당도 변하고 있다. 현대 그린푸드는 서울 영등포구 신한금융투자 본사 13층 직원식당에 혼자 식사하는 이들을 위해 국회의사당과 한강이 보이는 창가에 1인용 식사 공간을 마련했다. 또 자리마다 전용 헤드셋을 자리마다 설치해 창밖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대학교 학생식당도 마찬가지다. 대학생 사이에서 1인석을 마련해달라는 요구가 늘어나자 학교와 서비스업체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학 구내식당 서비스를 하는 아워홈 관계자는 “최근 대학가에서도 혼밥 트렌드가 확대되면서, 1인석 마련에 대한 요청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학생식당 전체 좌석 중 10~20%를 1인석으로 마련하고 있으며, 혼자만의 편안한 식사가 가능하도록 칸막이 설치, 가로형 테이블 등을 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6일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에 95.2㎡ 규모의 ‘스탠딩 소시지 바’를 열었다. 육가공업체 오뗄과 만든 48종의 소시지가 주력 상품이다. 그런데 매장 안에는 의자가 없다. 구매한 음식은 매장 한쪽에 마련된 스탠딩바에서 먹는다. 자연히 여러 명이 함께 와서 먹는 공간이라기보다는 퇴근길 직장인의 ‘혼밥’을 위한 공간이다.
백화점에 스탠딩바가 들어선 것은 파격이다. 백화점 업계는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고객이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음식을 먹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많은 중구 상권에서는 퇴근길에 혼자 식사를 하는 직장인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점점 진화하는 혼밥 트랜드를 파악하려는 실험적인 목적도 있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스탠딩 소시지바는 지난 4일까지 한 달간 매출 1억원을 올렸다. 롯데백화점 매출 예상치를 100% 초과 달성한 것이다. 100㎡ 조금 안 되는 매장에서 4500원짜리 메뉴를 판매해 올린 매출치고는 매우 컸다.
롯데백화점은 곧 같은 자리에 스탠딩 참치바를 열 예정이다. 혼밥에서 한 발 나아가 ‘혼술’이 가능한 매장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본점 지하 샐러드바를 혼밥족이 많이 찾는 것에서 스탠딩바를 착안했다”며 “앞으로 혼밥·혼술의 유행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