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中왕이 안 만나…美자극·실무협의 고려한 듯

입력 2019-09-05 17:08 수정 2019-09-05 17:17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2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은 채 귀국했다. 왕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두고 기 싸움을 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김 위원장과 면담 과정에서 중국의 중재 역할이나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은 5일 왕 국무위원이 전날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김 위원장 부부에게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보도해, 김 위원장과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 왕 국무위원의 방북 관련 보도에서 리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과의 회동 소식만 전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연합뉴스의 관련 질문에 “이번 북한 방문의 주요 일정과 쌍방 교류 상황은 이미 발표했다”고 밝혀 왕 국무위원이 김 위원장과 회동하지 않았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 이어 “양측은 수교 70주년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에 대해 중요한 공동 인식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의 양대 외교수장인 리 부위원장과 리 외무상만 만나 북미 실무협상과 한반도 정세,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데 집중했다.
이에 따라 왕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염두에 둔 실무적 성격이 컸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위원장이 왕 국무위원을 만나지 않은 데는 미국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대미 압박 외교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북한은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합의와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약속에도 한미군사연습과 미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구실로 실무 회담에 나오지 않은 채 무력시위에 이어 대미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북·중 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넓혀가며 양국관계를 최고조에 이미 올려세운 상황이다. 반면 미·중 간에는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등 각종 이슈로 대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왕 국무위원을 만나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