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한국의 관리 부실에 따른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일본 기업의 수출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목소리가 일본 국회의원으로부터 나왔다. ‘경제보복’을 주도한 경제산업성은 이를 알면서도 무리하게 대(對)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주도했다는 주장이다.
고니시 히로유키 일본 참의원 의원은 4일 트위터에 ‘삼성전자, 한국산 불화수소 사용… 일본의 수출 강화에 따른 것’이라는 제목의 아사히신문 기사를 첨부하며 일본 정부가 한국에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등의 수출규제를 강화한 것이 일본 기업의 잘못 때문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고니시 의원은 “경제산업성은 국회의원에게 ‘삼성 등에 수출하는 일부 일본 기업이 무역관리 위반을 했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를) 발동했다”며 “한국 측에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권의 실책으로 일본 산업이 피해를 입고 국익이 실종됐다”며 “즉시 위반 일본 기업을 개선시키고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 강화를 철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측의 전략물자 관리 소홀에 따른 것이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과 배치돼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경제산업성은 지난 7월 4일부터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수출에서 법령 준수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한국 측의 책임을 물었는데, 정작 일본 기업이 무역관리에 실패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반도체 수출규제에 신중론이 있었지만, 경제산업성은 단지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일본의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를 강행한 정황도 포착됐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대응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제산업성이 한국 주요 산업이 반도체를 타깃으로 삼자는 제안을 했다고 보도했다. 경제산업성의 제안에 즉각 “갑작스러운 반도체 (수출규제)는 곤란하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하지만 한 경제 각료가 ‘강하게 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권에 일본 측 의사가 전달되지 않는다’며 아베 총리에게 한국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자는 의견을 제시했고 아베 총리는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마이니치는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판결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전하려고 ‘경고’한 것인데, 한·일 갈등이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로 확대될 정도로 한국의 반발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계속해서 한·일 갈등의 책임을 한국 측의 탓으로 몰아가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가) 굉장히 냉엄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는 전적으로 한국 측의 잇따른 부정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노 다로 외무상도 이날 태국 유력 영문일간지인 방콕포스트 기고문에서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이 양국이 직면한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