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 치매유전자 변이 최초 발견…간편 검사법도 개발

입력 2019-09-05 15:36 수정 2019-09-05 18:41

조선대 치매국책연구단이 한국인과 일본인 등 동양인의 치매 발병률이 서양인들이 많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최소 1.3배 이상 높은 구체적 원인을 밝혀냈다.

연구단은 최근 국제학술지에 “동양인에게 새 치매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이 알츠하이머 치매에 잘 걸린다는 사실은 그동안 꾸준히 학계에 보고됐으나 아직 정확한 발병원인은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대 연구단은 “한국인과 일본인 등에게 치매 유발 유전자로 알려진 아포이(APOE) e4형 유전자의 유전변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고 5일 밝혔다.

유전변이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치매 발병률이 OECD 평균에 비해 1.3~2.5배 더 높았다는 것이다.

연구단은 7년여간 한국인 1만8000여명, 일본인 2000여명, 미국인 2만2000여명 등 총 4만명 이상의 유전체 분석과 MRI 뇌영상 분석 등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의 경우 10명 당 1명꼴로 해당 유전변이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단은 또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백인 미국인에 비해서는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는 년령이 평균 2년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연구단은 수년간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한국인 등의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고 치매 고위험군을 사전 선별하는 새로운 유전자 검사법도 개발했다.

면봉을 활용한 검사법은 구강상피만 3~4초간 채취해 검사하면 될 만큼 매우 간단하다. 면봉으로 입안에서 헐어 죽은 세포를 긁어내 정밀 분석하는 방식이다.

연구단은 다음달 광주광역시와 공동으로 지역민들을 대상으로 치매 고위험군 선별 시범서비스를 실시한 뒤 정확도가 입증되면 전국적으로 이를 보급할 방침이다.

연구단은 새로 개발한 치매유전자 검사를 통해 치매 고위험군으로 판별되면 MRI검사와 PET(양전자단층촬영)검사 등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조기에 발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단은 특히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베타아밀로이드)이 뇌에 쌓이는 것을 막거나 제거시키는 다수의 약물에 대한 임상실험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연구단은 약물 개발을 마치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해당 약물의 조기 투약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단은 치매 발병경위 등에 대한 연구성과의 국내 특허 등록을 이미 마쳤고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해외 특허 출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단은 다수의 연구성과와 새로 개발한 치매 검사법 등을 최근 발행된 국제학술지 저널오브클리니컬메디슨지(IF 5.69) 8월호에 실어 발표했다.

이건호 치매국책연구단장은 “새 치매 검사법은 지역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 등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적용할 수 있다”며 “개발 중인 약물 치료제는 아직 임상 수준인데다 워낙 고가라 대중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