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영국 하원 표결에서 3연패를 당하며 정치적 궁지에 몰린 보리스 존슨 총리를 위로하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존슨 총리는 나의 친구이고,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다.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격려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보리스는 이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는 괜찮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판 트럼프’라고 불리는 등 자신과 유사한 성향을 지닌 자국 중심주의·포퓰리스트 리더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존슨 총리를 “영국이 찾는 인물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치켜세우며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왔다. 영국이 유럽연합(EU)측과 어떠한 합의도 도출하지 못한 채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게 되더라도 오는 10월 31일까지는 무조건 EU를 떠나겠다는 존슨 총리와 유럽에서 EU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존슨 총리가 자신의 공약대로 브렉시트를 이행하지 못하거나 아예 총리직에서 쫓겨나는 등 그의 흥망성쇠 자체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존슨 총리가 이란 문제, 기후 변화, 보호무역주의 등의 쟁점에서 입장차를 보이고 있음에도 EU의 지배력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이 점이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존슨 총리와의 여타 쟁점에서의 입장차를 그냥 넘어가도록 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소속 유럽 전문가인 어맨다 슬로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존슨 총리가 지닌 정치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그를 계속 응원하는 일이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에 더 부합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현재 브렉시트를 전제로 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