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단절 ‘홀로 노인’ 건강 빨간불…‘사회적 노쇠’가 더 무섭다

입력 2019-09-05 12:08 수정 2019-09-05 15:42
노년기 사회적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선 집에 고립된 채 있기 보다 활발한 사회활동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웃들과 대화가 단절된 채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은 우울감 4배, 옷 갈아입기 등 일상생활 장애 발생 위험이 2.5배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몸이 불편한 신체적 노쇠보다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회적 노쇠’가 노년기 건강을 더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들수록 이웃들과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노쇠 등 노인증후군 예방에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이은주·장일영 교수와 소화기내과 박형철 전임의는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평창에 사는 65세 이상 408명의 건강상태 관찰·분석한 결과를 ‘국제환경연구·공중보건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5일 밝혔다.

노쇠(frailty)는 일반적인 노화(aging) 과정보다 급격히 신체 기능이 허약해져 장애나 입원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노화는 피할 수 없어도 노쇠는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노쇠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노쇠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인 요인으로 복합돼 있지만 지금까지는 신체적 노쇠에 대한 연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평창군의 65세 이상 408명(남자 172명, 여자 236명, 평균 나이 74.9세)을 대상으로 사회적 노쇠의 유병률과 신체적 노쇠, 노인 증후군 및 장애와의 연관성을 살펴봤다.

408명 가운데 사회적 노쇠에 해당되는 노인은 84명(20.5%), 노쇠 전 단계는 121명(29.7%), 정상은 203명(49.8%)으로 분류됐다.
사회적 노쇠로 나타난 84명 중에는 여성이 59명(70.2%), 남성이 25명(29.8%)으로 여성이 배 이상 많았다. 남성보다 바깥활동이 적고 혼자 사는 사람이 더 많은 것이 주 원인으로 꼽혔다.

사회적 노쇠인 노인들의 우울감 발생 위험은 4배 높았고 일상생활 장애 발생은 2.5배로 나타났다. 일상생활 장애는 옷 갈아입기, 세수·양치질 하기, 식사 챙겨먹기 등을 혼자 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그밖에 인지기능 장애와 근감소증, 영양부족, 낙상 위험도도 의미있게 높았다. 사회적 노쇠가 노인 증후군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는 얘기다.

분석 대상 408명 가운데 신체적 노쇠 유병률은 67명(16.4%)으로 사회적 노쇠(20.5%)보다 적었다. 신체적 노쇠와 사회적 노쇠가 동시에 있는 사람은 37명(9.1%)이었지만, 신체적 노쇠 없이 사회적 노쇠만 있는 사람도 47명(11.5%)이나 됐다.

이은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신체적 노쇠보다 사회적 노쇠를 가진 노인이 더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회적 노쇠와 노인 증후군의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됐기 때문에 이들은 모두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의 ‘건강악화 고위험군’”이라고 설명했다.

장일영 교수는 “신체적으로 노쇠하지 않더라도 사회적 노쇠가 있다면 노인 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을 알고 신체적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이웃과 자주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활발한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