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조국이라면 장관 거부하라” 로스쿨 제자들의 성토

입력 2019-09-05 11:09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페이스북 캡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생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주어진 의혹을 모두 해소하지 못한다면 사퇴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재학생 일동은 4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조 후보자에게, 우리는 정의를 요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중심에 자리한 ‘정의의 종’은 법을 배우는 이들이 정의를 가슴에 품고 스스로의 안팎을 성찰할 것을 명한다”며 “한때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정의를 고민한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며 그가 품은 정의란 무엇인지, 또 후보자가 품은 정의와 실제 삶 사이에 큰 간극이 있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재학생 일동은 쏟아지는 의혹에 대한 조 후보자의 답변 태도도 지적했다. 이들은 “사모펀드 운용 불법 의혹에 ‘몰랐다’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자녀를 둘러싼 의혹에는 ‘지난날의 기준이 오늘날과 달랐다’고 항변했다”며 “‘절차적 불법은 없었다’는 후보자의 변은 평생을 법학자로서 정의를 외쳐온 후보자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정의와 불의를 가르는 경계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법이 정의를 실현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고 믿는 법학도로서, 우리는 법에 더하여 ‘정의’를 요구한다”고 적었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페이스북 캡쳐

이들은 이어 위선적인 지식인과 공직자를 포함한 기득권층에게도 “정의를 고민하라”고 촉구한 뒤 “우리의 목소리가 조 후보자를 가장 선명히 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적극적인 언어로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해온 후보자의 말이 자신에 대한 성찰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후보자가 스스로 사법개혁의 적임자라 확신하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 나아가 무지를 변명 삼아 불의에 편승했던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의 소임마저 다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재학생 일동은 “조 후보자가 진정 엄정한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명하기 바란다면 장관직에 올라서는 안 된다”며 “적어도 우리가 기억하는 ‘조국 교수’는 그러한 소신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무엇에 분노하는지 아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라는 조국 교수의 가르침을 되새긴다”고 밝힌 뒤 ‘선배 법률가의 모범을 보이라’ ‘법무부 장관 임명을 스스로 거부하라’ ‘법무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하라’는 3가지 요구사항을 내놓았다.

박준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