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어질어질’…‘급성 어지럼증’ 새 원인 찾았다

입력 2019-09-05 11:03 수정 2019-09-05 14:34

어지럼증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원인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전체 인구의 두 명 중 한 명은 일생 동안 적어도 한 번 경험할 정도다.
특히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급성 어지럼증’은 말초 혹은 중추(전정)신경계의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전정 신경계는 인체 균형 감각을 조절하는 부위다.

어지럼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되거나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기공명영상(MRI)을 포함한 반복적인 검사에도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상당수다.

국내 의료진이 이처럼 원인 미상의 ‘급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새로운 발병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분당서울대병원 어지럼증센터 김지수(신경과) 교수팀은 감염 이후 자가 면역기전에 의해 전정 신경 및 소뇌, 뇌간에 이상이 생겨 급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원인 미상의 어지럼증이 발병하는 메커니즘을 찾아내고자 어지럼증, 의식 및 근력 저하, 이상감각, 복시 등 급성 신경학적 이상을 보였으나 MRI에서는 특이 사항이 발견되지 않은 환자 369명을 대상으로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anti-GQ1b 항체)’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13명이 해당 항체에 양성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체를 가진 113명 중 10%에 해당하는 11명은 다른 증상 없이 주로 급성 어지럼증으로 발현됐으며 외안근(바깥쪽 눈 근육) 마비, 근력 저하, 감각이상 등 증상이 나타나는 밀러피셔 증후군, 길랑바레 증후군 같은 질환과 구별되는 새로운 질환이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포유류의 신경 세포막에 분포하고 있는 물질로 세포 간 상호작용 및 분화, 성장 조절에 관여한다. 일부 환자의 경우 감염 이후 자가면역기전(자기 몸을 공격)에 의해 강글리오사이드에 대한 항체가 발생하고, 이 항체가 신경 손상을 유발해 근력 약화, 감각 이상, 복시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새로 규명한 사실은 항강글리오사이드 항체의 일종인 anti-GQ1b가 외안근의 운동을 담당하는 뇌신경이나 사지 운동, 감각을 담당하는 체성신경계를 공격할 뿐 아니라 일부에서는 어지럼증을 조절하는 전정신경과 소뇌·뇌간만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새로운 질환은 눈떨림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비디오안진검사와 항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원인 미상의 급성 어지럼증을 극복할 수 있는 단초를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