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하원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노 딜(no deal)’ 브렉시트(Brexit) 강행에 제동을 걸었다. 존슨 총리의 하원 해산 및 조기 총선 개최 움직임도 좌절시켰다. 지난 7월 말 취임한 존슨 총리는 하원 표결에서 연이어 패배하면서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영국 하원은 4일(현지시간) 오후 하원 브렉시트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노동당의 힐러리 벤 의원이 제출한 이른바 ‘유럽연합(탈퇴)법’에 대한 표결을 실시, 찬성 327표, 반대 299표로 가결했다.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이제 상원에서 다시 논의된다. 상원에서 수정돼 통과되면 다시 하원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후 ‘여왕 재가’까지 거치면 정식 법률로 효력을 가지게 된다.
유럽연합(탈퇴)법은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것이다. 법안은 EU 정상회의 다음날인 오는 10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거나 노 딜 브렉시트에 대한 의회 승인을 얻도록 했다.
만약 둘 다 실패할 경우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EU 집행위가 3개월 연기를 받아들이면 존슨 총리는 이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
법안은 만약 EU가 연기 기간과 관련해 3개월이 아닌 별도 제안을 내놓을 경우에도 하원이 이를 반대하지 않는 한 존슨 총리가 이틀 안에 이를 수용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노 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겠다고 밝혀온 존슨 총리를 가로막기 위한 초당적 협력의 결과물이다. 합의 없는 EU 이탈에 반대하는 야당 노동당에 더해 보리스 존슨 정부에 반기를 들어 전날 여당 보수당에서 제명된 필립 해몬드 전 재무장관 등 20명이 찬성에 가세했다.
하원이 법안을 가결한 직후 존슨 총리는 즉각 하원 해산, 조기 총선 개최를 위한 동의안을 상정하고 10월 15일 총선 실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진 표결에서 존슨 총리의 조기 총선 동의안은 찬성 298표, 반대 56표로 부결됐다. 조기 총선이 열리기 위해서는 하원 전체 의석(650석)의 3분의 2 이상, 즉 434명의 의원이 존슨 총리가 내놓은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해야 한다. 이날 노동당과 자유민주당 등 주요 야당은 표결에서 기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원에서 유럽연합(탈퇴)법이 의결됐지만 노 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상원에서 법안 처리 지연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다. 법안은 하원과 상원을 모두 통과한 뒤 ‘여왕 재가’까지 받아야 효력을 발휘한다. 다음 주부터 5주가량 의회 정회도 예정돼 있다. 이때까지 관련 절차를 마치지 못하면 유럽연합(탈퇴)법은 자동 폐기된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