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정권교체 바라지 않아…굉장한 나라 될 수 있다”

입력 2019-09-05 09:08 수정 2019-09-05 10: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이란, 북한은 굉장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들은 굉장해질 수 있고 우리는 정권 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취재진 문답 중 이란 관련 질문에 답하다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오래전에 교훈을 얻었다. 그들은 굉장한 나라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며 “지금 많은 대화가 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주 중요한 합의에 이르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대화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보장 문제를 언급해 협상 유인 동력을 끌어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임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 문제가 가장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관계는 좋다.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의식적으로 북한을 언급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전 허리케인 도리안 관련 브리핑을 받은 후 취재진과 가진 문답에서도 이란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이란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우리는 (이란의)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는 나라라고 본다. 그들은 이를 이용하고 싶어할 것으로 본다”고 화제를 돌렸다.

특히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는 언급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얻어낼 상응조치로 체제보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 때문이다.

렉스 틸러슨 전 미 국무장관은 2017년 8월 북한의 정권 교체, 정권 붕괴, 급속한 한반도 통일, 38선 이북으로의 군대 파견에 선을 긋는 ‘4 NO’를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직접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다고 밝히는 건 이례적이다.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강조한 발언 역시 협상 재개를 통해 북한이 상당한 경제적 상응 조치를 확보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메시지’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나온 북한 반응에 대한 답변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달 31일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며 대미 압박 담화를 내놓은 바 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