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친구들 처지 딱해…” 저금통 뺏긴 쪽방촌 노인들의 용서

입력 2019-09-05 00:30
쪽방촌 모습. 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생활 형편이 어려운 쪽방촌 노인들을 협박해 금품을 빼앗은 10대들이 실형을 면했다. 이들의 처지가 딱하다며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말한 피해 노인들의 당부가 판결의 큰 이유가 됐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창경)는 특수강도, 특수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A군(18)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A군 등은 지난 5월 15일 정오쯤 대전 동구 정동 한 쪽방에 들어가 70대 노인을 힘으로 제압한 뒤 현금 9만8000원이 든 저금통 2개를 빼앗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들은 이틀 전에도 같은 쪽방촌에 거주하는 80대 노인이 잠시 방을 비운 사이 현금 70만원을 훔쳤다.

재판부는 “쪽방에서 생활하는 고령의 연약한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금품을 빼앗은 점을 고려할 때 죄질이 좋지 않다”며 “여러 건의 동종 범행을 반복해 저지르고도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불우한 성장 과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훈육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지를 딱하게 여겨 처벌을 원치 않고 있으며 피해도 대부분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