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민주당 대변인, ‘기레기’ 발언 논란…페북에서 ‘질 낮은 취재’ 지적도

입력 2019-09-04 21:46 수정 2019-09-04 23:03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4일 취재 중인 기자를 향해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언론을 상대하는 공당의 대변인이 기자를 비하하는 세간의 속어를 써가며 취재 활동을 비난한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이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오전 현안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으로부터 민주당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기자간담회 장소 대관의 국회 내규 위반 논란에 대한 입장을 질문 받았다. 민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청 246호 회의장을 의원총회 목적으로 대관한 뒤 별도의 용도변경 신청 없이 오후 3시 30분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의 발언 등을 계기로 ‘목적 외 사용 또는 사용 신청인이 아닌 사람에게 사용 위임 시 행사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는 국회 사무처 내규 위반 및 김영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였다.

이 대변인이 방송 출연이 있다며 자리를 뜨려하자 해당 취재진이 뒤따르며 질문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대변인은 취재진에게 “변죽 울리는 방식에 협조하시고 야당의 스피커가 되시는 방식으로 (취재) 하시면서 지금 사실상 (조 후보자의) 볼펜이 일제니 아니니 그런 거 집착하실 때 아니잖아요”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취재진이 “(일제 펜 사용에 관련한) 질문이 아니다”라며 전날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내규 위반을 언급한 것에 관해 묻자 이 대변인은 “기자 여러분, 반성하세요. 지금 펜 얘기 물을 때입니까?”라며 상기된 반응을 보였다.

이 대변인은 또 방송 화면을 찍는 기자를 향해 “카메라 끄세요”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어 기자들에게 “이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지”라고 내뱉고 자리를 떠났다. 취재원이 이동하면 카메라가 따라가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상황에서 이 대변인이 갑작스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자 현장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대해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이 이 대변인 대신 사과의 뜻을 밝혔다. 홍 대변인은 “이유를 막론하고 표현이 부적절했다”며 “내가 대신 사과하겠다. 부적절한 표현을 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이 대변인은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질문에 대답을 미루고 도망가는 모습을 찍어 이런 모습을 특정 인상으로 남기려는 의도였을 것”이라 단정하고 “질 낮은 취재에 대한 반성 없이 사건을 부풀리며 호도하려는 것에 더욱 유감”이라는 글을 올렸다.

야당은 이 대변인의 막말을 비판하며 대변인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창수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이 대변인이 조국 후보자 셀프 청문회의 자리를 마련해 준 당의 입장을 묻는 기자를 향해 ‘기레기’ 운운하며 폭언을 내뱉었다고 한다”며 “대통령에게 충성하느라 언론까지 탄압하고 통제하려 한 이 대변인, 당장 국민 모욕성 폭언에 대해 사과하고 대변인직에서 사퇴하라”고 논평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국회 출입 기자들을 향한 집권 여당 대변인의 ‘기레기’ 훈시! 젊은 꼰대의 탄생이다”라며 “대변인으로서 당에 출입하는 언론인들을 향해 ‘기레기’란 말을 쓴 것은 평소 민주당이 언론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속마음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