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근육 적으면 다리에 ‘혈전(피떡)’ 잘 생긴다

입력 2019-09-05 06:00 수정 2019-09-05 06:00
심부정맥 혈관초음파검사 장면. 다리 깊숙이 있는 심부정맥에 혈전이 있는지 검사한다. 국민일보자료사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일으켜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는 다리 ‘혈전(혈관 속 핏덩어리)’ 발생이 허벅지 근육량과 상관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특히 허벅지 근육이 적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무릎 인공관절수술 후 혈전 발생률이 최대 3배 높았다.

가천대 길병원 정형외과 이병훈 교수가 무릎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315명을 대상으로 5~7일 후 혈관 상태를 볼 수 있는 혈관조영CT를 촬영해 2년간 추가 관찰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발표됐다.

연구는 혈관조영CT 상에서 환자 몸의 근육량 측정법을 개발해 각각 환자들의 근육량을 측정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근육량에 따라 3분위로 나눠 각 환자군들에 대해 분석을 시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환자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마취 종류,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 수혈양 등 환자정보를 보정해 실제 근육량과 정맥혈전증과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허벅지 근육 내 깊숙이 위치한 ‘심부정맥혈전증’(혈전이 정맥을 막음)의 경우 허벅지 근육량이 가장 적은 3분위 군에서 2.97배에 달하는 높은 발생률을 보였다.

또 양쪽 다리에 동시에 인공관절을 수술받은 군에서도 허벅지 근육량이 적은 3분위군에서도 1.73~2.97배의 위험도를 보였다. 즉, 근육량이 적은 환자들은 혈전 발생률이 2~3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병훈 교수는 “아직까지 근육량과 정맥혈전증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심부정맥혈전증은 뇌경색, 폐색전증(폐혈관을 막음), 심근경색 등 자칫 치명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노화와 함께 생기는 관절염의 합병증 없는 수술을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혹은 수술 전이라도 근육을 키우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근육량이 많은 경우 근육 내의 혈관 탄력성이나 혈류 순환 역시 좋기 때문에 수술로 인한 혈관 손상이나 혈류 순환 저하로 인한 혈전 형성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령화로 무릎인공관절 수술이 증가함에 따라 혈전증 같은 수술 후 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된다.
관절 연골이 다 닳은 말기 무릎관절염의 경우 유일한 치료법은 제 기능을 못하는 관절을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령 환자의 경우 수술 중 다리 혈류속도 감소, 혈액응고(피 뭉침) 활성화, 수술 중 지혈 및 지혈대 사용 등으로 인해 심부정맥혈전증 같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주로 서구에서 발생하는 혈전증은 서구화된 식습관, 정형외과 수술 증가, 고혈압, 복부비만 증가 등 이유로 아시아에서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형외과 수술 후 발견되는 발병률은 서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정맥혈전증은 뇌경색, 폐색전증,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술 후 합병증으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조기 보행, 간헐적 공기 압박 치료, 약물 치료(항응고제 와파린 사용)를 병행하는 등의 복합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근육량이나 근육 탄력성은 운동 등으로 충분히 개선 가능한 만큼, 수술 전 근력 운동이나 사전 재활의 필요성을 제시한 것도 이번 연구의 중요한 의의”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