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의 간판 주립대인 일리노이대학 캠퍼스에서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올가미가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올가미를 만들어 기숙사에 걸어둔 학생은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일리노이주 샴페인 카운티 검찰은 3일(이하 현지시간)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기숙사인 앨런 홀 엘리베이터 안에 올가미를 만들어 걸어둔 앤드루 스미스(19)를 증오범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증오범죄가 인정될 경우 스미스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일리노이대학 경찰은 지난 1일 오전 1시쯤 ‘캠퍼스 동편에 위치한 기숙사의 엘리베이터 안에 올가미가 걸려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일리노이대학 내 올가미 사건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스미스가 올가미를 만들 때 함께 있었던 여학생이 학교 당국에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되고 하루 뒤인 2일, 경찰은 일리노이주 노멀에 위치한 스미스의 자택에서 그를 체포했다. 스미스는 일리노이대학 수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검찰 대변인은 “스미스가 승강기에서 밧줄을 발견해 올가미를 만들었다고 했다”며 “스미스는 ‘올가미를 만들기 전 30초 정도 생각을 했고, SNS를 본 뒤에도 자수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올가미는 과거 백인 농장주들이 흑인 노예들을 사형(私刑)에 처할 때 사용한 형벌기구를 연상시켜 미국 내에서는 인종차별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하지만 스미스는 ‘인종차별의 상징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고의가 아니었음을 강조하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또 스미스의 변호인은 스미스가 평균 학점 3.79의 우등생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스미스에게 5000달러(약 600만원)를 책정했고, 스미스는 보석 보증금을 내고 풀려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스미스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22일 열릴 예정이며, 대학 당국은 “결코 농담이나 장난으로 넘기지 않겠다”며 엄중 처벌을 약속했다.
J.B.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도 이번 사건을 언급하며 “일리노이대학 캠퍼스는 모든 배경의 학생들을 환영한다. 혐오는 어느 곳에도 발붙일 수 없다”며 “사건이 신속하게 매듭지어진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2016년 일리노이대학 캠퍼스 내 건물 세 동에서 나치를 상징하는 대형 스와스티카 문양이 발견돼 소란을 겪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 같은 해 직원 한 명이 흑인 동료 앞 테이블에 올가미를 던졌다가 해고되는 일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일리노이대학 내 흑인 직원들은 “올가미·스와스티카·KKK(큐 클럭스 클랜) 복장·인종주의 그라피티·남부연합기 등 인종차별적 폭력 위협에 노출돼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 이후 일리노이대 유색인종 학생들은 ‘인종혐오자를 즉각 학교에서 추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어 “2016년과 올해 초 학내에서 발생한 인종차별 행위에 대해 학교 당국이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며 공개조사와 제도개선도 함께 촉구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