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제조업發 ‘R의 도미노’…미국마저 3년 만에 제조업 경기 위축

입력 2019-09-04 17:27
미국 제조업 PMI 50선 붕괴
신규 수주량과 고용 부문 크게 위축
각국 중앙은행 금리 인하 압박 거세져
한국은 10월 기준금리 인하 유력


글로벌 경제에 ‘R(침체·Recession)의 도미노’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제조업 경기 부진이 촉발한 ‘공포’는 빠른 속도로 전염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도 않는다. 그동안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미국마저 제조업 위축 터널에 접어들었다. 유럽과 아시아에 이어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3년 만에 위축 국면에 들어섰다.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고 있다.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에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금리 인하 압력’을 거세게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0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본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ING그룹은 3일(현지시간) “미국의 8월 제조업 PMI가 49.1로 시장 예상(51.0)보다 부진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제조업 PMI가 경기 둔화를 의미하는 50 미만으로 떨어지기는 3년7개월 만이다. 제조업 PMI는 제조업 경기 상황을 드러내는 대표적 선행지표다. 민간 단체인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매월 초 발표한다. 지수가 50에 미치지 못하면 전월 대비 신규주문·생산·고용 등이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ING그룹은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을 지목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중국이 매기는 고율 관세는 두 나라 기업들의 경영 비용을 높여 수익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이게 투자·지출 감소로 이어져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는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침체의 ‘경고음’이 높아지자 시장의 시선은 연준을 향하고 있다. 시장은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이달과 12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한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준 총재는 PMI 발표 직후에 “기준금리가 너무 높은 선에서 유지되고 있다”며 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ING그룹은 구체적 숫자를 제시했다. 이달과 12월에 0.25% 포인트를 내린다고 예상했다.

상당수 국가도 경기 부양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유럽연합(EU)도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 반등을 엿본다. 로이터 통신은 “유럽중앙은행(ECB)의 한 소식통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의 불확실성이 있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이용한 경기 부양책을 사용하는 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에 기준금리를 내린다는 전망에 차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신규 수주량이 줄었다는 것은 미국의 수입 물량 자체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對)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직격탄을 맞은 셈”이라면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한국도 10월에 기준금리 인하가 확실시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의 움직임은 확실치 않다. 시장에선 이달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적기라고 본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와 4조 위안 규모의 대대적인 부양정책을 펼쳤다가 지방정부 부채 증가, 부실기업 양산, 부동산 가격 폭등이라는 홍역을 치렀다. 중국이 주저하는 배경이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