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전히 지뢰밭… UN총회와 일왕 즉위식이 변수

입력 2019-09-04 17:03 수정 2019-09-04 17:08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전선이 계속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달 말 열리는 유엔 총회와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한 외교접촉에서 갈등 완화의 해법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일 관계는 현재 곳곳이 지뢰밭이다. 당장 우리 정부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국가) 한국 배제 조치에 대응해 우리 화이트리스트에서도 일본을 배제할 방침이다. 일본이 자국의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한국 정부의 계획도 예정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이같은 우리 정부의 계획에 “보복 조치”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본 경제업성은 “한국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전략물자수출입 고시 개정안의 근거나 세부 내용에 관한 질문에 명확한 답변이 없는 채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여기에 양측은 양국 국민 정서를 건드릴 수 있는 민감한 문제로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우리 측의 거듭된 우려 표명에도 내년 도코 하계올림픽에서 욱일기 사용을 허용하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4일 2020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한국 정부의 욱일기 사용 불허 요청과 관련해 “반입 금지품으로 하는 것은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반면 일본 측은 우리 정부가 최근 국제 다자회의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정부 차원에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출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삼고 있는 것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미 정부가 파기 입장을 밝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문제도 실제 종료되는 11월까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달 말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와 다음달로 예정된 새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화해의 모멘텀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기대섞인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한·일 외교수장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회동할 것 같다”며 “대화의 가능성이 아직 열려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오는 11일로 예정된 개각에서 교체된다면 일본의 새 외교수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첫 대면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측은 다음달 일왕 즉위식에 대표적 ‘지일파’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을 바라는 분위기다. 총리실은 아직 이와 관련해 논의한 것도 결정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