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위한 카타르행 장도의 출발선에서 처음으로 합류한 장신 스트라이커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연착륙은 ‘벤투호’에 놓인 가장 중요한 과제다. 김신욱은 지금까지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구상에 없었다. 5일 밤 10시30분 터키 이스탄불 파티흐 테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조지아와의 친선경기는 김신욱의 벤투호 데뷔전이자 현행 대표팀의 전술을 다변화할 첫 번째 시험무대다.
조지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4위의 중하위권 팀이다. 유럽의 약체로 평가되는 룩셈부르크(91위)나 키프로스(93위)보다도 순위가 낮다. 한국의 FIFA 랭킹은 37위. 조지아는 벤투호의 카타르행 2년 여정을 앞두고 전술과 전력을 점검할 스파링파트너로 더없이 좋은 상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대결하지 않아 통산 전적은 기록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이 경기를 앞두고 김신욱을 차출했다. 지난달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함께 시작할 선수 명단 26명을 발표하면서 공격수 3명 중 하나로 김신욱을 호명했다. 김신욱은 지난해 6월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월드컵 직후인 그해 8월에 부임한 벤투 감독은 1년간 김신욱을 발탁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스트라이커에게 긴 패스로 공격을 몰아주는 ‘롱볼’보다 공을 점유하면서 발기술과 짧은 패스워크로 적진의 라인을 무너뜨리는 ‘빌드업 축구’를 구사한다. 신장 196㎝의 큰 키로 길게 넘어온 크로스를 받아 직접 헤딩슛을 때리거나 공을 떨어뜨려 후방 공격수의 2차 공격을 시도하는 김신욱의 활용법을 벤투 감독은 선호하지 않는다.
벤투 감독은 김신욱을 차출하면서 “지금까지 차출한 공격수들과 다른 유형의 선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김신욱이 우리의 방식에 적응해야 하고, 우리도 김신욱에 맞춘 조합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한 벤투 감독의 속내가 읽히는 발언이다.
마음이 복잡한 것은 김신욱도 마찬가지다. 뒤늦게 합류한 대표팀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다. 그는 터키로 출국한 지난 2일 인천공항에서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팀에 어떻게 도움을 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깃형 스트라이커인 김신욱의 존재감은 골문 앞으로 정확하게 공을 전달되는 중원의 ‘지원 사격’으로 좌우된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전북 현대의 동료였던 미드필더 이재성(홀슈타인 킬)은 김신욱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많고 패스도 정확하다. 김신욱의 존재감을 끌어올릴 ‘파트너’로 손꼽힌다.
공격수 황의조(지롱댕 보르도), 공격형 미드필더 황희찬(잘츠부르크) 같은 돌격형 공격진도 적진을 파고들어 공간을 만들면 간접적으로 김신욱을 지원할 수 있다. 결국 실마리는 팀워크에 있다. 벤투 감독은 4-2-3-1, 혹은 4-4-2 포메이션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4-4-2에서는 김신욱과 손흥민의 투톱도 기대할 수 있다.
대표팀은 조지아와 친선경기를 마치고 오는 10일 투르크메니스탄 원정 1차전으로 시작되는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 돌입한다. 본선은 2022년 11월 21일에 개막한다. FIFA는 이날 중동에서 추운 날씨에 사용되는 모직 숄을 형상화해 ‘동절기 월드컵’을 강조한 엠블럼을 공개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