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좌파 포퓰리즘 연립 정부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은 3일(현지시간) 실시된 중도좌파 민주당과의 연정안에 대한 온라인 당원 투표에서 79.3%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새 연정의 최대 고비로 인식되던 오성운동 당원 투표 문턱을 가뿐히 넘어서면서 오성운동과 민주당을 양대 축으로 하는 차기 내각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오게 됐다. 의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상·하원 모두 제1당인 오성운동과 제2당인 민주당을 합하면 과반을 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이탈리아의 연정 위기는 한 달도 안 돼 끝났다”고 선언했다.
앞서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총선 이후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의 연립정부가 구성됐었다. 하지만 동맹을 이끌어온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연정 파기를 선언하면서 과거 ‘견원지간’이었던 오성운동과 민주당이 힙을 합하게 됐다. 오성운동 당원들은 조기 총선이 이뤄질 경우 패배가 예상되는 만큼 민주당과 손을 잡는 현실적인 대안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두 당의 정책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이 오성운동의 정책 공약을 대거 수용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두 당은 전날 재정적자 확대 없는 확장적 경제정책 기조 유지, 강경 난민정책 완화, 빈곤층에 치명적인 부가가치세 인상 폐지, 최저임금제 도입 등의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합의했다.
차기 내각의 수장으로 추대된 주세페 콘테 총리는 4일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나 오성운동 당원 투표 결과를 포함한 연정 협상의 결과를 보고하고 새 연정 출범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살비니 동맹 대표는 강경 난민 정책을 주도하며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자 조기총선을 통해 동맹을 집권정당으로 만들고 자신은 총리직에 앉으려는 야망을 키웠으나 새 연정 탄생으로 내각에서 쫓겨나게 됐다. 하지만 살비니 총리는 이날 오성운동-민주당 간 연정에 대해 “동맹을 향한 증오만으로 단합했다”면서 “자리 나눠먹기식 연정의 생명은 짧다. 그들이 총선에서 영원히 도망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다. 실제로 이탈리아 내에서도 이념이 다른 오성운동과 민주당의 연정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