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확대·탈원전 효과…지난해 한전 등 비금융공기업 적자 10조

입력 2019-09-04 16:10
공공부문 총수입 및 총지출 추이.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와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공공부문(정부·공기업) 흑자 규모가 4년 만에 축소됐다. 한전을 포함한 비금융공기업 수지 적자 규모가 2017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원으로 급증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4일 ‘2018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서 지난해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수지(총수입-총지출) 흑자 규모는 49조3000억원으로 전년 54조1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줄었다고 발표했다. 2007~2013년까지 적자였던 공공부문 수지는 2014년 흑자로 전환한 이후 지난 3년 연속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축소됐다.

이는 공공부문의 수입이 세수 확대로 전년대비 5.7% 늘었지만 인건비나 운영비, 투자 등에 사용한 총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6.8% 증가한 결과다. 특히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비금융공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공공부문의 총수입은 854조1000억원으로 전년 807조7000억원보다 46조4000억원(5.7%)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조세와 사회부담금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총지출은 804조7000억원으로 지난 2017년 753조7000억원보다 51조1000억원(6.8%) 늘었다. 인건비, 운영비, 건강보험 급여비 등 최종소비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납부액이 늘면서 수입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중 일반정부(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등)의 흑자 규모는 53조6000억원으로 전년 49조2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일반정부의 총 수입은 649조1000억원으로 전년 604조원에 비해 44조2000억원(7.3%) 늘었다. 일반정부의 총지출은 595조5000억원으로 전년 555조7000억원보다 39조9000억원(7.2%) 증가했다.

지난해 조세 수입은 380조9000억원으로 전년 348조3000억원보다 32조6000억원 증가했다.

공기업 중 비금융공기업 수지는 10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비금융공기업수지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2014년까지 적자였지만 2015년과 2016년엔 흑자를 냈고, 2017년에는 다시 적자 전환했다.

금융공기업의 흑자규모는 5조7000억원으로 2017년 5조3000억원보다 늘었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총수입은 38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조1000억원(8.8%) 늘었다. 총지출은 32조5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8.8%)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 수지는 명목GDP 대비 2.6%를 기록했다. 영국 -1.5%, 호주 -1.3%, 스위스 1.3% 등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한 공공부문의 수지는 명목GDP 대비 0.6%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도입 시기가 다른 주요국보다 늦어 사회보장기금에서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