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의 복지정책 확대와 ‘탈원전’ 정책으로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면서 공공부문(정부·공기업) 흑자 규모가 4년 만에 축소됐다. 한전을 포함한 비금융공기업 수지 적자 규모가 2017년 4000억원에서 지난해 10조원으로 급증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은 4일 ‘2018년 공공부문계정(잠정)’에서 지난해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수지(총수입-총지출) 흑자 규모는 49조3000억원으로 전년 54조1000억원보다 4조7000억원 줄었다고 발표했다. 2007~2013년까지 적자였던 공공부문 수지는 2014년 흑자로 전환한 이후 지난 3년 연속 흑자 규모가 확대됐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축소됐다.
이는 공공부문의 수입이 세수 확대로 전년대비 5.7% 늘었지만 인건비나 운영비, 투자 등에 사용한 총지출이 수입보다 많은 6.8% 증가한 결과다. 특히 한국전력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비금융공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공공부문의 총수입은 854조1000억원으로 전년 807조7000억원보다 46조4000억원(5.7%)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였다. 조세와 사회부담금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총지출은 804조7000억원으로 지난 2017년 753조7000억원보다 51조1000억원(6.8%) 늘었다. 인건비, 운영비, 건강보험 급여비 등 최종소비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 납부액이 늘면서 수입과 마찬가지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중 일반정부(중앙정부, 지방정부, 사회보장기금 등)의 흑자 규모는 53조6000억원으로 전년 49조2000억원보다 확대됐다. 일반정부의 총 수입은 649조1000억원으로 전년 604조원에 비해 44조2000억원(7.3%) 늘었다. 일반정부의 총지출은 595조5000억원으로 전년 555조7000억원보다 39조9000억원(7.2%) 증가했다.
지난해 조세 수입은 380조9000억원으로 전년 348조3000억원보다 32조6000억원 증가했다.
공기업 중 비금융공기업 수지는 10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비금융공기업수지는 집계를 시작한 2007년 이후 2014년까지 적자였지만 2015년과 2016년엔 흑자를 냈고, 2017년에는 다시 적자 전환했다.
금융공기업의 흑자규모는 5조7000억원으로 2017년 5조3000억원보다 늘었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금융공기업 총수입은 38조2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조1000억원(8.8%) 늘었다. 총지출은 32조5000억원으로 2조6000억원(8.8%) 증가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 수지는 명목GDP 대비 2.6%를 기록했다. 영국 -1.5%, 호주 -1.3%, 스위스 1.3% 등 주요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을 제외한 공공부문의 수지는 명목GDP 대비 0.6%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 도입 시기가 다른 주요국보다 늦어 사회보장기금에서 큰 폭의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