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가 폴란드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에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지난 주말 예정됐던 폴란드 방문을 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키로 했던 행사는 폴란드에서 1일 개최됐던 제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행사였다.
같은 날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문일답에서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물었다.
△기자=(폴란드 방문을 취소했지만)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을 맞아 폴란드에게 보낼 메시지가 있나.
△트럼프 대통령=폴란드를 위한 훌륭한 메시지를 갖고 있다. 우리는 나를 대신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폴란드에 보냈다. 나는 폴란드에 축하를 보내고 싶다. 폴란드는 위대한 국민과 함께 하는 위대한 나라다. 미국에도 많은 폴란드 출신 국민들이 있다. 거의 800만명이다. 우리는 폴란드 국민들을 사랑한다. 나는 곧 그곳을 방문할 것이다.
문제는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이 폴란드에게는 가슴 아픈 국치일(國恥日)이라는 점이다. 독일이 1939년 9월 1일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틀 뒤인 같은달 3일 독일에 선전포고를 했다.
폴란드는 2차 대전에서 인구의 20%가 사망했다. WP는 9월 1일은 폴란드에게 승리의 날이 아니라 슬픈 기억의 날이라고 전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2차 대전 80주년 행사에 참석해 “폴란드에 용서를 구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일이 폴란드가 독일로부터 해방됐던 날로 잘못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 실수는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콜롬비아 최대 반군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의 전 지도자인 이반 마르케스(본명 루시아노 마린)가 평화협정을 체결한 지 3년 만에 “콜롬비아 정부가 협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면서 다시 전쟁을 선언했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다른 기자가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자=콜롬비아에 대해, FARC의 전 지도자가 전쟁으로 돌아갈 것을 선언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트럼프=콜롬비아라고 말했나.
△기자=예. 콜롬비아요. FARC의 전 지도자.
△트럼프=콜롬비아라는 나라를 얘기하는 것인가.
△기자=예. 콜롬비아라는 나라.
△트럼프=예. 우리는 콜롬비아와 훌륭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그들(콜롬비아)의 상황은 좋지 않다. 그들은 베네수엘라 때문에 문제를 안고 있다. (베네수엘라에선) 많은 사람들이 빠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콜롬비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WP는 FARC의 전 지도자가 전쟁을 선언한 것은 지난달 29일이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달 30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동문서답을 한 것은 콜롬비아 상황에 대해 브리핑을 받지 않았을 경우, 또는 브리핑이 있었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지 못한 경우,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말 실수들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일반적인 일이라고 WP는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상황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매우 구체적이지 않은 대답을 내놓은 경우는 비일비재하다고 비꼬았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에 대해 내놓는 동문서답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그 나라에 축하를 보내고, 둘째 그 나라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얘기하며, 셋째 그 나라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은 답을 내놓는 것이 공식처럼 됐다는 것이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